“백두산, 북상하라” 경고 무시에 76㎜·40㎜포 불뿜어… 해군 2함대 기동훈련 현장
입력 2010-05-27 21:46
#상황1
북한 경비정 수척이 27일 오전 9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남하하자 해군 제2함대 소속 진해함은 교전수칙에 따라 경고통신을 실시했다. “백두산(북측 함정을 뜻하는 코드) 하나 여기는 한라산(남측 함정을 뜻하는 코드) 하나, 귀측은 우리 관할 해역을 침범했다.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고 즉시 북상할 것을 경고한다.”
진해함은 북 경비정이 계속 남하하자 두 차례 경고통신 후 즉시 경고사격 모드로 들어갔다. 북 경비정은 진해함이 76㎜ 주포로 1, 2차 경고사격을 했음에도 응답을 하지도, 항로를 바꾸지도 않았다.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진해함 부상철 함장(중령)은 함대사령부의 지령에 따라 격파사격을 실시했다. 진해함 함수와 함미에 각각 위치한 76㎜ 주포, 40㎜ 부포 2문이 동시에 불을 뿜기 시작했다. 3∼4초 동안 100여발의 포탄이 북 경비정에 쏟아졌고, 북 경비정은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상황2
북 경비정 격침 후 진해함 전투정보실 음탐사인 김영섭 하사는 미상의 물체에서 나오는 추진기(스크루) 소음을 탐지했다. 전투상황실에서는 수중통신기 등으로 피아(彼我) 식별 작업을 실시했다. 전투상황실은 함장이 위치한 함교에 급박한 보고를 올렸다. “해역 내 우리 측 잠수함 활동 없으며, 해도상 수중 장애물 없음. 미식별 잠수함으로 판단됩니다.” 함장은 즉각 폭뢰 공격을 결정했다. 이어 함미에 장착돼 있던 폭뢰가 수중에 떨어지고, 진해함 전체를 울리는 묵직한 굉음과 함께 20m 높이의 물기둥이 치솟았다. 폭뢰는 수중 14m 지점에서 폭발, 잠수함 추정 물체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 잠수함 추정 물체는 수중통신기 분석 결과 격파된 것으로 확인됐다. NLL을 침범해 온 나머지 북한 경비정들도 모두 격침 됐다.
이상은 2함대가 이날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충남 태안 앞바다 등에서 실시한 기동훈련의 시나리오를 재구성한 것이다. 적의 유형별 도발에 대비할 목적으로 26일부터 2박3일 동안 실시되고 있으며, 북 경비정의 NLL 침범과 대함 사격, 대잠수함 폭뢰 투하 등이 공개됐다. 오후에는 대공 사격 훈련도 실시됐으며, 28일에는 훈련을 마무리하고 귀항할 예정이다. 3200t급 한국형 구축함인 을지문덕함을 기함으로 1200t급 초계함인 진해함 부천함 제천함, 참수리급 고속정 4척이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을 진행했다.
이번 훈련은 천안함 사태를 교훈삼아 ‘강한 해군’으로 거듭나기 위한 ‘필승 50일 작전’의 일환으로 실시됐다고 군 당국은 덧붙였다. 필승 50일 작전은 지난 10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50일 동안 실시되고 있다. 진해함 부상철 함장은 “우리는 적의 도발에 맞서 많은 노력과 조치들을 하고 있다”며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보완하고, 적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처할 수 있는 전투력을 연마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안=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