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 ‘천안함’ 미묘한 변화…감싸기도 한두번, 혈맹도 北 ‘손보기’ 대세 따를까
입력 2010-05-28 06:15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의 외교적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또 강경일변도로 나가는 북한의 태도를 놓고 북 내부에서 변화가 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이 북한 비판에 동참할 것이라는 예상들이 나오고 있고, 러시아는 한국에 조사결과를 검증할 전문가 집단을 파견한다고 밝혔다. 이런 흐름이 아직 구체적이거나 어떤 행동으로 드러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두 나라가 천안함 사건 발생 이후 견지해온 중립적 태도나, 처음부터 북한의 행위로 인정하지 않으려던 입장과는 다른 흐름이다.
AP통신 등은 익명의 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한국 측 입장에 조심스럽게 다가설 것이라고 26일(현지시간) 전했다. 방한하는 원자바오 총리가 중립적 입장에서 벗어나 조사결과를 수용하고 북한을 비판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특히 CNN은 이번 주말쯤 중국이 관련 성명을 낼 것이라고 한 발짝 더 나갔다. 보도 내용은 미국 정부 관리들이 의도적으로 흘린 것이어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이번주 초 중국을 방문해 중국으로부터 어떤 언질을 받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클린턴 장관은 베이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원자바오 총리가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며, 후진타오 주석과 원 총리 모두가 천안함 인명 손실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 중국 입장의 변화 가능성을 예상하게 하는 대목이다.
미국은 이전부터 중국이 강력히 대북 대응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고, 클린턴 장관도 이 같은 점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이나 아세안(ASEAN), 인도까지도 조사결과를 인정하고 한국 정부를 지지하는 등 국제사회가 잇따라 입장을 밝히는 것도 중국에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데이비드 강 서던캘리포니아(USC) 한국학연구소장은 북한의 추가 도발이나 국제사회의 더 강력한 대북제재가 한반도 안정을 해칠 수 있어서 이는 중국 이익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이 두 가지를 모두 억제하는 중간노선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럴 경우 중국은 북한의 사과 조치를 이끌어내고, 미국은 추가 대북제재를 일단 유보시키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따라서 28일 한·중 정상회담이나 이후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원자바오가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하는 언급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의 전문가그룹 파견도 비슷한 흐름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는 조사결과 인정에 좀 더 다가서는 것이고, 앞으로 인정하는 길을 열어 놓는 의미가 있다. 또 특별성명에서 “잘못을 저지른 자에게 국제사회의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라고 한 점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이같은 기류는 국제적 상황이 중국과 러시아가 더 이상 북한을 두둔만 할 수 있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방증으로도 해석된다. 이는 한·미의 강력한 설득, 국제사회의 지지와 연관성이 있다. 방중한 클린턴 장관이 거듭 대북 제재 의지를 밝힌 것은 천안함 외교의 1차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한 내부의 변화 여부도 관심의 대상이다. 워싱턴의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천안함 작전이 정치적 실패로 끝나가고 있다는 북한 내부의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주간 뉴스위크는 국무부 출신의 대북 전문가 케네스 퀴노네스의 분석을 인용, 김일철 인민무력부 1부부장 해임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일 수 있으며, 이는 북한 태도 변화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