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말씀 실은 하모니’ 이땅 부흥의 에너지로… ‘이천진 목사가 쉽게 쓴 찬송가 이야기’
입력 2010-05-27 22:17
이천진 목사가 쉽게 쓴 찬송가 이야기/신앙과지성사
찬송가는 살아있는 노래다. 한국 기독교의 수용과 발전, 시련과 아픔, 회복과 성장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 민족과 성도들의 마음속에 영적 에너지와 희망을 불러일으켰으며 한국교회의 역사적 현장마다 늘 울려 퍼졌다. 새벽기도와 철야기도회, 주일예배와 부흥성회, 교파를 초월한 연합성회와 남북 화해와 민주화를 염원하는 예배 등 한국 교회의 신앙 체험과 하나 됨, 사회 정의와 통일을 위한 모임들 속에서 찬송가는 늘 모든 이들의 가슴에 뜨거운 성령 체험과 소망을 심어줬다. 근현대사의 고난과 시련의 역사 속에서 허덕이던 한국 교회 성도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따뜻한 위로와 삶의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랬다. 찬송가는 한국 교회 공동체와 성도 개인의 삶 속에서 성령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위대한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요즘은 현대기독교음악(CCM)에 밀려 찬송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점점 더 줄어가고 있다.
최초의 한국 교회 ‘찬미가’와 ‘찬양가’를 만들어낸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선교사가 한국 땅을 밟은 지 125주년이 되는 해에 찬송가에 대한 연구와 새로운 토론에 이정표가 될 만한 안내서가 눈길을 끈다.
‘이천진 목사가 쉽게 쓴 찬송가 이야기’(신앙과지성사)를 읽으면 찬송가에 대한 새로운 애착을 느낄 수 있다. 부친에 이어 목회를 하고 있는 이천진 목사는 어린 시절부터 교회 풍금을 연주하며 찬송가를 불렀다. 자연스럽게 음악가를 꿈꿨지만 조그만 시골교회의 형편으로 등록금이 비싼 음대에 진학할 수 없어 경제적인 부담이 적은 신학대학에 들어갔다.
1980년에 감신대에 입학한 저자는 여전히 음악에 대한 미련이 컸다. 그러던 중 우연히 효창교회와 신풍교회의 학생 성가대를 잇달아 지휘하게 되면서 음악을 통해 목회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게 됐다.
그렇게 다시 불붙여진 음악적 열정은 82년 의미 있는 결실을 맺었다. 감리교 여름성경학교 교재에 ‘이 세상을 만드신 하나님’이라는 곡을 작곡하게 됐다. 이후로 매년 감리교 여름성경학교 노래를 만드는 사명을 감당하게 됐다.
2001년부터는 감리교회의 추천을 받아 한국찬송가위원회 위원으로 일하며 ‘21세기찬송가’ 편찬에 관여했다. 그는 이 일을 하면서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하나는 ‘찬송가는 예배를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쉬워야 하며 대중음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찬송가에 포함된 외국 국가는 일차적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목적으로 지어진 곡이 아니기 때문에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저자의 이런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저자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국 찬송가에 대한 대중적인 이해를 돕는 새로운 책을 생각했다. 지난해 5월 연세대 캠퍼스에서 열린 고(故) 장기천 감독의 추도예배에서 찬송가 연구가 척박한 한국 교회의 현실 속에서 새로운 찬송가 안내서를 출간해야 한다는 간절한 요청이 있었다. 그로부터 1년 만에 마침내 쉽게 쓴 찬송가 이야기가 완성됐다.
책은 6개 장으로 구성됐다. ‘성서에 나타난 찬송’에서는 찬송이 단지 음악의 영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서 역사 속에서도 엄연히 존재하며 오늘날의 찬송가에도 모범이 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찬송가 어떻게 흘러왔나?’에서는 초대 교회의 역사에서부터 19세기 미국 찬송가에 이르기까지 세계 기독교 역사 속에 존재해 왔던 찬송가의 흐름과 역사, 그 성격을 살폈다. ‘한국 교회 찬송가’에서는 주요한 현대 찬송가들 각각의 면모와 성격을 새롭게 분석했다.
이 밖에 ‘세속 노래, 찬송이 되다’ ‘찬송가에 얽힌 이야기들’ ‘한국인의 영성을 살리는 한국 찬송가’ 등 주옥같은 찬송가들의 창작 과정 속에 얽힌 다양하고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감상할 수 있다. 한국인의 영성으로 새롭게 창작되고 애창되는 ‘한국 찬송가’의 대안과 비전도 만날 수 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