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고아 돕기 일일카페 여는 대학생들 “커피 한 잔에 희망 담아요”

입력 2010-05-27 17:33


“예수님도 가난하고 핍박받는 소외계층에 관심이 많으셨잖아요.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비참하게 살고 있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26일 오후 서울 청파동 숙명여자대학교 순헌관 앞 사거리에서 열린 ‘아프리카 일일카페’를 마친 전혜경(23·숙명여대 프랑스언어문화학과·명성교회)씨. 이날 올린 수익금 70여만원을 세는 그의 표정에는 돈의 몇 백배쯤 돼 보이는 뿌듯함이 묻어났다. 밀려드는 손님을 받느라 주방과 테이블을 쉴 새 없이 오갔다. 전씨는 아프리카 어린이에게 사랑 나눔을 실천하는 동아리 ‘SUA’의 회원으로, 이번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SUA가 만들어진 계기는 지난해 1월 한 달간의 아프리카 방문에서 비롯됐다. 숙명여대의 아프리카 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인근에 위치한 빈민 거주지 카욜레시를 방문한 것.

전씨 일행은 그곳에 있는 와토토 웨마 고아원에서 아프리카 어린이 49명의 비참한 현실을 목격했다. 2006년 세워진 이 고아원은 재정이 어려워 의식주는 물론, 교육 및 주거 환경이 매우 열악했다.

이를 보고 돌아온 학생들은 7개월의 논의 끝에 후원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대학생연합 후원동아리 ‘SUA’를 결성했다. ‘아프리카를 위해 일어나라(Stand Up for Africa)’는 뜻이다.

SUA는 이날 외에도 지난해 10월과 11월, 지난 19일 세 차례 일일카페를 열었다. 케냐와 르완다에서 들여온 원두로 커피를 만들어 팔아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는 ‘바리스타’가 되기로 한 것이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아프리카 교수들에게 현지 전통 과자인 ‘친친’과 그라운드넛 스위트를 만드는 법도 배웠다. 아프리카 아이들과 함께 나눠 입는 커플티와 엽서를 만들고, 티셔츠 운동화 등 기부 물품을 모아 바자도 열었다.

이렇게 해서 아프리카 고아원에 보낼 성금 240만원을 모았다. 지난해 10월 1차로 100만원을 케냐 NGO를 통해 고아원으로 송금했고, 학용품 식료품 등을 산 2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돈을 곧 송금할 예정이다.

SUA의 슬로건은 ‘커피 한 모금+당신의 마음 한 움큼=케냐 아이들의 밥 한끼’다. 1기 7명, 2기 10명의 남녀 대학생으로 구성돼 있으며 숙명여대 외에 건국대 외국어대 서울시립대 등 수도권 소재 대학생의 회원 가입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의 취지에 공감해 이화여대 비저너리(Visionary) 동아리에서는 5월 축제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는 등 협력이 줄을 잇고 있다. SUA 회원들은 내달 월드컵 때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일일카페를 열 예정이다. 전씨는 회원들과 함께 SUA에 큰 자부심을 과시했다.

“우리가 이 모임을 계속하는 이유는 우리의 작은 움직임이 아프리카 고아들에게는 큰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지요.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잖아요. 우리는 ‘착한 일일카페’에 중독된 것 같아요.”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