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미래 한강에 묻다-한강개발, 성공이냐 실패냐] 베트남 송코이강 40여㎞ 정비사업 ‘한강을 수출한다’
입력 2010-05-27 21:28
베트남에 제2의 한강이 생길까. 지난해 10월 한·베트남 공동 성명에는 우리나라 기업의 베트남 송코이강(紅江) 개발 참여가 명문화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응웬 민 찌엣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이끌어낸 ‘성과’였다. 실익 뒤에는 한강개발의 경험을 베트남에 전수한다는 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 기업에 의한 송코이강 개발을 ‘실패한 경험을 팔아먹는 것’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강종합개발사업을 실패로 보는 사람들의 견해다. 이들은 “우리나라 하천 기술의 후진성을 국제적으로 보여주는 꼴이 될 것”이라며 우려한다.
한강종합개발사업 수출은 2005년 7월 당시 서울시장인 이 대통령의 하노이시 방문을 계기로 추진됐다. 이 대통령은 작년 베트남TV와 인터뷰에서 “내가 송코이강 개발을 제안했다”고 말한 바 있다.
2006년 5월 양측 사이에 송코이강개발협력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서울시는 2007년 12월 기본계획을 수립해 하노이시에 전달했다. 착공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베트남 정부가 아직 사업을 승인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오는 10월 정부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가 베트남에 전달한 기본계획 내용은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사업의 모습과 비슷하다. 송코이강 하노이시 구간 40여㎞의 하천을 정비하고 강변공원을 조성하며 주변 도로망을 확충한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송코이강도 가물 때는 수량이 부족해 배가 다니기 힘들다고 한다”면서 “강바닥 준설과 함께 하천 폭이 너무 넓은 데는 줄이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는 설치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금 한강은 생태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하천”이라며 “베트남 정부가 결정할 일이지만 국제적 기준에서 한강 모델은 수출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80년대 한강종합개발사업을 그대로 수출하는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강르네상스계획을 접목해 최대한 자연친화적으로 시공할 계획”이라며 “천편일률적으로 콘크리트 호안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임항 환경전문기자, 조국현 기자(이상 사회부) 권기석·김원철 기자(특집기획부), 김현길 기자(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