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의 진화…못파는게 없네

입력 2010-05-26 23:41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일본 도쿄(東京) 시내에 설치된 자판기에는 전자 인식 장치가 달려있다. 고객의 피부와 주름살을 조사해 그가 담배를 구입해도 되는 연령의 성인인지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서다.

캐나다 고급 술집의 화장실에는 머리를 손질할 수 있는 기구가 달린 자판기가 설치돼 있고, 아부다비의 고급 호텔 로비에는 온스당 1천달러 이상의 가격에 금괴와 금화를 파는 자판기가 등장했다. 이런 새로운 유형의 자판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자판기들은 음료와 스낵 정도를 판매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화장품과 식품, 전자제품, 심지어 금괴에 이르기까지 팔지 못하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제품을 다루고 있으며, 진보한 기술에 힘입어 각종 첨단 장치로 무장한 채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베스트바이와 세포라, 애플, 프로액티브 등의 업체가 자판기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퀵실버라는 업체는 호텔에 반바지와 비키니 수영복을 판매하는 자판기를 설치했다.

유티크(U*tique)라는 업체는 올가을이나 겨울께 고급 미용제품을 판매하는 자판기를 설치할 예정인데 이 자판기는 소비자가 가까이 다가오면 자동으로 불이 켜지는 장치를 장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급변하는 소비자들의 쇼핑 기호와 재래식 소매점포 운영의 높은 비용 때문에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이런 자판기로 눈을 돌리는 등 판매와 영업방식을 재고하고 있다고 26일 분석했다.

자판기 영업은 우선 재고비용과 위험이 적고 인건비와 점포 임대료 등의 비용으로부터도 해방될 수 있다. 비용이 적으니 단위면적당 수익도 기존 소매점포보다 크다.

점포나 유통망을 갖추지 못한 신생 업체나 브랜드에도 자판기를 통한 영업은 큰 도움이 된다. 소비자들은 영수증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구매를 취소하고 물건을 반납할 수도 있다.

즉각적인 만족을 원하는 인터넷 세대 소비자들의 기호도 이런 자판기 판매방식에 적합하다는 분석도 있다.

아이팟과 초고속 인터넷, ATM기기, 공항의 셀프 체크인 등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스스로 터치스크린이나 버튼을 눌러 제품을 알아보고 구매하는 데 익숙해져 있을 뿐 아니라 그런 방식을 선호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재래식 자판기 매출은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는데다 새로운 기술과 장치를 장착한 자판기는 대당 가격이 3천달러에서 수 만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확산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