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 팔고 채권은 사들이고… 외국인들 ‘극과 극’ 셈법 왜?
입력 2010-05-26 18:38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극과 극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선 이달 들어 25일까지 5조9632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1∼4월 순매수한 금액(11조2236억원)의 절반이 넘는다. 그러나 채권시장(장외)에선 올 들어 월평균 6조8337억원을 꾸준히 순매수하고 있다. 외국인의 셈법은 무엇일까.
슈로더투신운용 이상철 상무는 26일 “원·달러 환율 상승에도 외국인이 한국 채권을 사들이는 건 한국 경제와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미국 등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의 금리가 한동안 유지될 분위기도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을 계속 사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 상무는 최근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도 한국 경제를 불신해서가 아니라고 분석했다. 전체 신흥시장 투자비중 조절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외국인은 한국뿐만 아니라 대만 인도 태국 등에서도 발을 빼고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증가하자 한국을 포함한 위험지수가 높은 신흥시장을 우선 정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외국인이 투자한 종목의 주가가 많이 올라 증시 이탈 부담도 적다. 올 1∼4월 외국인 순매수 상위 5개 업종은 전기전자, 운수장비, 서비스업, 금융업, 화학 순이다. 5월 순매도 상위 5개 업종(전기전자·금융업·철강금속·운수장비·화학)과 거의 일치한다. 이들 업종지수의 1∼4월 상승률은 평균 7.4%로 코스피지수 상승률(3.5%)의 2배가 넘는다. “현재 외국인은 차익실현 중이다. 셀 코리아(Sell Korea)가 아니다”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현재 외국인이 주식을 내다파는 것은 소나기를 피하는 것이고, 결국 한국 경제와 기업 성장세에 이끌려 다시 되돌아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자본시장연구원 김재칠 동향실장은 “증시 동향을 보면 외국인이 주식 판 돈을 채권에 일단 넣어놓고 주식시장이 안정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증시가 기업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전체 신흥시장 대비 18%나 저평가돼 있어 외국인의 증시 복귀가 머지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