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심리전’ 나섰다… “불안심리가 시장 쏠림 부추겨” 구두개입

입력 2010-05-26 18:39


“악재가 겹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시장 상황은 좀 지나치다. 심리적 불안감이 시장의 ‘쏠림’을 부추기고 있다.”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 진정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외환 당국이 잇따른 구두개입으로 시장 참여자들과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

원화 가치가 다른 아시아권 통화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은 시장 참여자들이 불안요인을 실제보다 크게 인식하면서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불안심리가 문제, 적극 대응 나선 외환당국=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그동안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단기간에 안정된 경험이 있다”면서 “현재 우리나라는 재정 건전성이 좋고 외환보유액도 많아 충격 흡수능력이 충분하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머지않아 안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종룡 재정부 1차관도 시장 불안이 없도록 필요할 경우 외화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외국인들의 주식매도 등 급격한 자본 유출로 인해 외환시장이 경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자 이를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임 차관은 이날 경제금융 합동대책반 2차 회의에서 “외환시장에 지나친 쏠림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취해나갈 것”이라면서 “정부의 시장안정 의지는 확고하며 충분한 정책적 대응력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원화가 다른 아시아 통화에 비해 크게 절하되는 등 일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시장참여자들이 다소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원화는 지난 19∼25일 6.8%나 절하돼 호주(-4.5%), 싱가포르(-1.4%), 말레이시아(-3.4%), 대만(-0.4%)보다 절하폭이 컸다.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수출·원자재수급·물가 등 실물경제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재정부는 설명했다.

한국은행도 거들고 나섰다. 이주열 한은 부총재는 25일 통화금융대책반 회의 직후 “달러·원 환율 급등이 시장의 과도한 반응에서 비롯됐으며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부총재는 “유동성 사정이 넉넉하게 유지되도록 지준(지급준비금제도)을 관리할 것”이라며 “금융시장에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가격이 급변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도 “외환유동성 수치가 정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큰 문제는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시장 진정국면…여진 계속될 듯=금융시장이 공포에서 벗어나 안정 쪽으로 한발을 내디뎠다. 증시는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장중 내내 등락을 거듭하는 등 여진이 계속되면서 불안심리를 완전히 떨치지는 못했다.

26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21.29포인트(1.36%) 오른 1582.12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이 8거래일째 순매도를 이어가면서 한때 1550선 아래로 밀리기도 했지만 낙폭이 과다하다는 인식을 한 개인과 기관투자자가 저가매수에 들어가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코스닥 지수는 13.04포인트(2.90%) 오른 463.00으로 거래를 끝냈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5일째 올랐지만 상승 폭을 줄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일 대비 3.30원 오른 1,253.3원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8월 19일 1,255.80원 이후 9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김재중 김찬희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