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北 위협 불구 강경기조… 방북 원칙적 불허
입력 2010-05-26 21:20
최악 치닫는 남북관계… ‘위험한 치킨게임’ 어디까지
남북간 긴장 수위가 가파르게 고조되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은 물론 남측의 대북 심리전 방송이 재개될 경우 교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남북관계가 사실상 최악의 대치 국면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정부, 햇볕 거두고 연일 강공=천안함 사태 이후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는 완전히 달라졌다. 남북 교류는 당장 폐쇄가 어려운 개성공단을 빼고 전부 차단됐다. 북한산 반입품의 추가 통관도 원칙적으로 불허할 방침이다.
개성공단 상주 인원도 신변 안전을 우려해 원래 인원의 50∼60% 수준으로 줄여 나가고 있다. 이번 주까지는 당일치기 방북이 아닌 체류 목적의 방북에 대해서는 승인도 하지 않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 상황까지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개성공단 직원들이 인질로 억류되는 우발 사태에 대한 대비 계획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원로회의 도중 수첩에 “대규모 인질 시 북위 39도 이남 공중 공간을 통제하고 대규모 미군 전력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메모를 작성했다가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천안함 사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가져가 대북 제재 결의를 끌어내려는 정부의 움직임도 강화되고 있다. 두 차례의 핵실험으로 국제적으로 고립된 북한을 더욱더 코너로 몰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및 일본과의 협력을 중심으로 대북 포위를 위한 양자 외교에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26일부터 살포키로 한 대북 전단과 방송은 정부의 대북 압박정책의 강도를 가늠할 수 있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심리전 차원의 전단이나 방송이 주민과 북한군의 사상적 동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껄끄럽게 여기고 있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북측은 확성기나 전광판을 통한 대북 심리전을 사실상 군사적인 적대조치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 등 북측의 잇단 위협 조치에도 불구하고 대북 제재 조치를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은 천안함 공격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 등 응당한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남북관계를 훼손하는 위협적 조치를 취했다”면서 “정부는 북한의 위협에도 흔들림 없이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25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일부 사회 원로들은 “전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북한과의 전면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까지 했다. 다만 정부의 대북 강경기조가 다음달 6·2 지방선거를 정점으로 점차 수그러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남북 간 대치 국면이 우리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실익이 크지 않은 대북 심리전을 계속 밀어붙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