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천안함 결과 발표 후 사실상 ‘전쟁국면’ 간주

입력 2010-05-26 18:31

최악 치닫는 남북관계… ‘위험한 치킨게임’ 어디까지

남북간 긴장 수위가 가파르게 고조되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은 물론 남측의 대북 심리전 방송이 재개될 경우 교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남북관계가 사실상 최악의 대치 국면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북, 전시체제 돌입=장성급군사회담 북측 단장은 26일 그동안 자제했던 개성공단 폐쇄를 시사하는 언급을 했다.

남측이 전단(삐라) 살포를 계속하고 심리전 방송을 재개할 경우 개성공단 직원들의 입·출경이 이뤄지는 경의선 도로를 전면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원자재의 반출과 제품의 반입이 이뤄지는 경의선 도로를 전면 차단할 경우 개성공단은 사실상 폐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북한은 2008년 12·1 육로통행 차단 조치를 취할 때도 통행 인원을 제한했을 뿐 전면 차단 조치까지는 취하지 않았었다.

북한은 남측이 예고한 대로 대북 심리전에 나설 경우 확성기나 전광판과 같은 심리전 수단의 조준 타격, 육로통행의 전면 차단,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의 지속적인 무력시위 등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현 사태를 사실상 전쟁국면으로 간주하고 전시태세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4일 인민군 전선중부지구사령관 명의로 남측이 심리전 수단을 새로 설치할 경우 이를 조준격파 사격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전선중부지구사령관은 평시 5군단 조직을 전시조직으로 편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 조직을 이미 전시 편제로 전환시켰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탈북자학술단체인 NK지식인연대는 전날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자체 방송망을 통한 담화문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 전 기관에 전투태세 돌입을 명령했다고 전한 바 있다. 북한 사회 전체가 전시체제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대변인 담화 역시 향후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전시법’에 따라 처리키로 했다고 언급했다. 정부 관계자는 “전시법이 북한의 법명을 지칭한 것 같지는 않다”면서 “전시에 적용키로 한 법규를 적용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관계를 단절하겠다고 밝힌 북한의 입장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북 소식통은 “최근 북한 관계자들은 ‘(조지 W) 부시 정권도 8년을 버텼는데 이명박 정권 2년을 못 버티겠냐’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면서 남북관계의 파행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론 북핵 6자회담의 재개나 평화체제 논의가 재개될 경우 북한이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다시 꾀할 것이라는 의견도 없지 않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