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심검문 강화’ 논란… 인권위·시민단체 “인권침해” 반발
입력 2010-05-26 18:25
경찰관의 불심검문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어 국가인권위원회와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경찰은 불심검문 근거를 명확히 하겠다는 입장이나 인권위는 영장 없는 압수수색이 만연될 수 있다며 법안 수정을 요구했다.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경찰청에 따르면 행안위는 경찰관의 불심검문 시 소지품 검사나 신원확인 등의 권한을 부여하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일부개정안을 최근 의결했다. 이 법안은 국회 법사위에 회부됐으며 6월 국회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개정안은 일본식 표기인 ‘불심검문’이라는 용어를 ‘직무질문’으로 바꾸고, 소지품 및 차량 등의 적재물 검사와 신원확인 규정 등을 신설했다.
제3조 2항에 신설된 소지품 관련 규정은 직무질문 시 소지품 검사의 범위를 현재 ‘흉기’에서 ‘무기, 흉기, 그밖의 위험한 물건’으로 확대했다.
또 범인 검거에 필요한 경우 ‘차량에 무기·흉기·마약 등 공공의 안전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물건이 실려 있는지’ 여부를 경찰관이 조사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현행법에 없는 신원확인 조항도 새로 들어갔다. 이에 따르면 경찰관은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의 제시를 요구할 수 있고, 동의를 얻어 지문 확인까지 할 수 있다. 현재 경찰은 범인 체포 등을 위해 주민등록증의 제시를 요구할 수 있다는 주민등록법 제26조를 불심검문 시 활용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관들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일부 근거 규정이 불명확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조항을 신설해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며 “소지품이나 차량 검색, 신원확인 등 모든 절차는 대상자의 동의를 얻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인권위는 전날 국회의장에게 보낸 결정문에서 “개정안은 영장주의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인권위는 “경찰이 압수수색영장 없이 가방이나 차량, 선박을 수색할 수 있게 한 것은 헌법에서 규정한 영장주의를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며 “사실상 강제조항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소지품이나 차량의 검사 범위가 ‘그밖의 위험한 물건’ ‘공공의 안전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물건’ 등 포괄적으로 규정되고, 신원확인 권한이 강화돼 집회·시위의 자유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장정욱 간사는 “법원 판단이 필요한 권한까지 과도하게 경찰에 부여하고 있다”며 “인권침해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부분을 수정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개정안은 경찰관이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는 만취자를 제지하고 격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만취자가 지구대 등 공공기관이나 공공장소, 버스와 지하철 등에서 소란을 피울 경우 경찰관은 물리력을 행사해 집이나 보호시설로 격리할 수 있게 된다.
엄기영 전웅빈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