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發 위기, 스치는 바람?
입력 2010-05-26 21:12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재정위기 우려에 전 세계 금융시장이 연일 요동치고 있다. 세계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장의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경제 전문가들은 여전히 낙관론을 견지하고 있다. 경제 지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 ‘세계 경제, (유럽) 재정위기 대수롭지 않은 듯’이라는 제목의 기획기사를 통해 세계경제 전망과 관련한 이 같은 의외의 긍정적인 분위기를 소개했다.
민간 경제전망기관들의 낙관론 근거는 위기 진원지인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데 있다. 골드만삭스의 짐 오닐은 “유로존 경제의 70%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가 차지한다”며 “남유럽발(發) 재정위기가 이들 덩치 큰 국가까지 건드리지 않으면 유로존 재정위기의 세계 전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씨티그룹의 마이클 손더스도 “2010∼2011년 경제전망과 관련해 우리는 하향보다는 상향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거들었다. 그는 “다만 성장은 아시아나 신흥국에 주로 집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물 지표도 긍정론에 힘을 보탠다. 25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반기별 보고서에서도 지난해 하반기 발표(10월) 이후 주요 지표들이 꾸준히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유럽 재정위기 불똥이 가장 우려되는 영국도 1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0.2%)보다 높은 0.3%를 기록했다고 BBC방송이 전했다.
세계경제 추이 가늠자인 ‘브루킹스-파이낸셜타임스(FT) 복합지수’도 회복세는 뚜렷하다. 이 지수에 따르면 세계경제는 2009년 중반부터 불황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물론 부분별 편차는 심하다. 신흥국 경제가 선진국에 비해 강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생산과 무역은 크게 반등한 반면에 고용은 한참 뒤처져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는 “주요 20개국, 특히 신흥국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회복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회복이 취약하긴 하지만 1년 전 암울했던 분위기에 비하면 상황이 크게 개선된 건 분명하다”면서도 “이것이 세계경제가 완전히 숲을 벗어났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유로존 재정위기는 세계경제가 회복세임에도 여전히 취약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파악했다. 특히 유럽은 재정위기 여파로 저성장에 따른 디플레이션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유럽이 일본의 전철을 밟는가’라는 기사에서 유럽 디플레이션 우려를 전했다. FT도 유럽 전역의 재정긴축 정책이 회복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경제의 완전 회복 열쇠는 신흥국이 쥐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프라사드 교수는 “신흥국의 회복세가 자생력을 가져 선진국 경제에 덜 의존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