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드는 ‘중국 안보리 기권론’… 계속 北 감싸기엔 부담 너무 커
입력 2010-05-26 18:24
천안함 침몰사건 후속조치를 놓고 중국이 계속 북한을 두둔하며 ‘나홀로 행보’를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벌써부터 ‘중국 기권론’이 조심스레 제기되는 상황이다.
중국은 한국 정부로부터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를 통보 받은 이후 줄곧 신중한 입장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미·중 제2차 전략경제대화에서 북한의 안보리 회부 등 강경대응에 중국의 동참을 압박했지만 요지부동이다. 장즈쥔(張志軍)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26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가진 설명회에서 “천안함 사건은 매우 복잡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신중하게 연구하고 평가·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혀 기술적인 측면이 아닌 정치적 측면과 국제사회의 추세에 고심하고 있음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국의 향후 행보는 자체 평가·분석 작업이 끝나고, 국제사회의 정세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뤄질 전망이다.
베이징 고위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자국의 국익과 국제사회 관계를 고려할 때 계속 북한을 감싸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이 당분간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란 대의명분을 갖고 기존 입장을 고수하겠지만 조금씩 상황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천안함 관련 북한의 안보리 회부는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안보리는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으로 구성됐다. 이 이사국 중 1개 국가가 안보리에 회부할 수 있으며, 15개국이 토의해 의제로 채택한다.
문제는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느냐이다. ‘중국 기권론’은 이 과정에서 중국이 적극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않음으로써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 근거한다. 중국이 이후 구체적인 제재방안 등에 있어선 북한 입장을 고려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의제채택 자체를 거부하기엔 국제사회 비난여론 등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보리 회부 자체가 북한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인 만큼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순 없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연구 책임자 겸 조지타운대 교수는 25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중국이 유엔 안보리 테이블에 오를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메일도 이날자 1면 머리기사를 통해 중국 기권론을 언급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