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윤재석] 녹색성장 제대로 하려면

입력 2010-05-26 18:04


“길항관계인 환경과 경제를 총체적으로 아우를 기후에너지부 신설 고려해야”

요즘 마트에 가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그린’이다. 식품에도 그린, 화장품에도 그린, 가전제품에도 그린, 최근에는 청정에너지로 운영되는 ‘그린 스토어’라는 이름의 편의점까지 등장했다.

그린이 국가 명제로 떠오른 것은 2008년이다. 그해 8월 15일 이명박 대통령은 건국 60주년 기념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이야말로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경제성장의 중심축”이라고 선언한다. 21세기형 발전모델로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에 부응하면서 에너지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마침 지구촌에 불어 닥친 뉴욕발 경제위기와 국제 원유가 폭등으로 녹색성장 정책은 더욱 힘을 받게 됐다.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와 관련 부처들이 청사진을 짜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4대강 사업처럼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시책도 없지 않지만, 녹색성장을 위한 방향성은 대체로 잡혀져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래를 먹여 살릴 신성장동력 6대 분야로 에너지, 수송시스템, 신정보기술(New IT), 융합신사업, 바이오, 지식서비스 등을 선정하고 이를 녹색성장의 기조 위에 추진키로 한 것이다. 신성장동력 분야에 1조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해 2013년까지 일자리를 대량 창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까지 나왔다.

그러나 정작 저탄소 녹색성장을 풀어나가는 데는 만만치 않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천안함 침몰 사건과 6·2동시지방선거 분위기에 파묻히긴 했지만 최근 발효된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시행령의 제정과정에서 나타난 것 같은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이다.

당초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 초안엔 녹색성장 관련 기업들이 환경부와 지식경제부의 규제를 동시에 받아야 하는 조항이 있었다. 온실가스 배출량 등이 많은 ‘관리업체’는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지경부와 환경부에 제출해야 하며, 두 부처 장관은 업체가 제출한 자료를 공동 평가한다는 것이었다.

법이 없을 때보다 더 심한 규제를 받게 된다면 누가 녹색성장산업에 뛰어들겠느냐는 산업계의 거센 반발과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의 제동으로 이중규제 조항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됐다. 목표설정은 환경부가 하되 관리는 지경부가 하기로 교통정리가 된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사항은 예외로 해 상황에 따라 환경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았다. 이를 놓고 환경부는 명분을 얻었고 지경부는 실리를 챙겼다는 얘기가 있다. 그렇다면 이야말로 전형적인 부처 간 기싸움의 결과다.

녹색성장은 동전의 양면 같아서 ‘환경(녹색)’과 ‘경제(성장)’라는 길항 요소가 얽혀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이 두 요소를 이상적으로 아우르는 것은 쉽지 않다. 앞으로 관련 계획과 정책을 시행해 나가면서 비슷한 사태가 발생하지 말란 법도 없다.

바람직한 녹색성장을 위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기후에너지부의 신설을 진지하게 고려해 볼 만 하다. 실제로 덴마크, 호주, 영국 등은 2007년부터 각각 기후에너지부, 기후변화부, 기후변화에너지부를 운용해 오고 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이에 부수되는 환경, 생태, 녹색기술, 탄소배출권 거래 등 전방위에 걸친 업무를 처리하는 데 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와 관련, ‘내가 먼저(Me first)!’를 천명한 입장이다. 지구촌도 한국의 녹색성장 계획이 어떻게 이행될지에 관해 기대와 관심이 크다. 유럽발 경제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경제에도 벌써 불똥이 튀고 있다. 녹색성장에 대한 기반을 든든히 다져 경제 운용에 적용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유관 부처의 반발이 없을 수 없겠지만 녹색성장위원회의 기획, 지경부 소관인 에너지, 환경부의 기후변화, 국토해양부의 국토 활용 등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면 균형 있는 녹색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윤재석 카피리더 jesus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