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문일] 軍事의 요체는 지휘에 있다

입력 2010-05-26 18:01

뭐라도 닿으면 금방 터질 것처럼 풍선이 부풀었다. 그러나 전쟁을 일으킨다는 게 권력자의 성질대로 되는 일은 아니다. 으르렁대기만 하는 기(氣) 싸움이 오래 갈 것 같다. 이럴 때 중요한 게 심리전이고 선전전이다. 정부가 휴전선 일대에서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겠다고 하자 북한은 우리 확성기를 격파사격하겠다고 맞받았다.

최근 발표된 여간첩 김미화 사건에는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김미화가 인터넷 채팅을 통해 우리 국민들을 유혹한 사실이다. 채팅뿐 아니라 여론과 관련된 사이트들에는 익명 네티즌들이 밤낮없이 죽치고서 반정부 이적(利敵) 발언을 자동사격하고 있다. 이들의 요즘 미션은 천안함 의혹설을 확산하는 것이다. 인터넷 이용자의 주소인 IP를 추적해보면 중국에서 들어오는 게 많다고 한다.

청와대와 국방부 등 우리 정부는 물론 미국 백악관과 뉴욕증권거래소까지 마비시킨 지난해 7월 디도스 공격의 진원지는 북한 체신청의 IP였다. 다른 나라의 서버에 침투해 자신의 IP를 감추고 불특정 다수의 컴퓨터를 감염시켜 목표 사이트를 일제 공격했다. 이 사건으로 북한 해커부대의 존재가 드러나자 미국은 인터넷 망전(網戰)에 대응하는 사이버 전투병 5만여명을 배치했다.

천안함 사건의 지휘책임을 물으라는 여론몰이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예나 지금이나 벼슬 다툼이 치열한 우리 사회에서는 ‘조직의 장(長)은 책임을 지는 자리’라는 게 상식이 됐다. 사건사고만 터지면 장을 자르는 것으로 매듭을 짓는 한편 인사의 숨통을 틔웠다. 그러나 군사에 대해서는 달라야 한다. 병가의 상식은 강을 건너는 도중에는 말을 갈아탈 수 없다는 것이다.

군 지휘관이 사후 책임이나 지고 끝나는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 평소의 관리 책임보다 위기를 잘 극복하는 역량이 더 훌륭할 수 있다. 북한도 대청해전의 패장에게 복수할 기회를 주지 않았는가. 2001년 9·11 당시의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조지 테닛이 물러난 것은 2004년 6월이었다.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한자 ‘軍(군)’은 수레 위에 세워진 기가 나부끼는 모습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장군이 병거(兵車)에서 군대를 지휘했다. 진군하다가 방향을 바꿀 때나 장애물이 나타나면 깃발로 신호를 보냈다. 지휘한다는 뜻의 揮(휘)가 여기서 나왔다. ‘運(운)’은 군사의 이동과 진퇴를 뜻하는 말이었다. 군사의 요체는 지휘다. 지금은 강을 건너는 중이다. 지휘체계를 크게 흔들어서 좋을 일 없다.

문일 논설위원 norw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