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블레스 오블리주 OECD 꼴찌 한국

입력 2010-05-26 17:57

삼성경제연구소가 어제 발표한 ‘지표로 본 한국의 선진화 수준’ 보고서를 접하면 과연 우리나라가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세계 15위 경제규모와 G20 정상회의 유치 등을 외치면서 자존심을 높이고 있지만 삼성연의 조사결과는 우리에게 선진국은 아직 요원함을 말해준다.

보고서는 자부심, 자율성, 창의성, 역동성, 호혜성, 다양성, 행복감 등 7가지 선진화 지표를 측정한 결과 우리나라는 총점 65.5점으로 OECD 30개 회원국 중 24위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30개국 평균치는 74.0점이며, 이 점수와의 격차는 시간으로 따지면 13.3년이라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세부항목별로 살펴보면 성장성 관련 지표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통합성 관련 지표들은 크게 미흡해 현재 우리 사회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즉 교육기회(3위), 건강(3위), 특허(3위), 기술투자(7위) 등은 상위권에 포진한 반면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을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30위)와 사회안전망(30위), 정치적 비전(30위)이 꼴찌를 기록했고 사회적 대화(29위), 약자보호(29위), 표현의 자유(28위)도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한마디로 물질문명은 높은 반면 정신문화는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포용과 대화보다는 강압과 배타주의가 만연한다. 많은 사람들이 법치주의 훼손을 걱정하지만 과연 사회 지도층이 먼저 법과 질서를 지키는 데 솔선수범 했는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 오히려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군 면제비율이 월등히 높고 법 집행의 잣대도 위로 올라갈수록 느슨해진다는 지적이 많다.

어떤 이들은 이런 현상을 선진국에 비해 자본주의 역사가 짧은, 즉 압축성장의 그늘이라고 진단한다. 혹자는 조선시대 선비정신이 일제 식민지시대를 거치면서 실종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문제는 아직도 우리 사회가 여전히 물질주의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 있겠지만 이제는 좀 바뀔 때도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