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탁구, 세계선수권 8강
입력 2010-05-27 00:58
탁구 남자대표팀이 모스크바에서 열리고 있는 2010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8강에 진출했다. 26일(이하 한국시간) 모스크바 올림픽 스포츠콤플렉스에서 계속된 대회 남자부 B조 예선 4차전에서 한국은 공동선두를 달리던 스웨덴에 3대 1로 역전승, 4연승으로 남은 경기 우크라이나전에 관계없이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지난 대회서 결승까지 올랐던 한국은 유럽의 강호 스웨덴을 맞아 오상은(KT&G)이 1단식을 내줬으나 주세혁 유승민(이상 삼성생명) 오상은이 이어진 단식 3게임을 모두 이겼다.
여자대표팀은 C조 공동선두 홍콩과의 경기에서 1대3으로 역전패, 3승1패로 조 2위로 밀려났다. 한국은 북한(2승2패)과의 예선 최종전 결과에 따라 각조 2, 3위팀이 겨루는 8강 결정전 진출 여부를 가리게 됐다.
여자대표팀은 27일 오후 3시 북한과 맞붙는다. 이번 대결은 특히 천안함 사태 이후 첫 남북 스포츠 대결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 팀에게 8강 진출권이 달린 중요한 경기이긴 하지만 평소와는 다른 긴장된 남북 정치·군사적 상황이어서 경기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한국선수단은 승부에만 집중한다는 분위기다. 선수단은 경기장이나 숙소호텔에서 오갈 때 북한선수단과 간단히 인사만 나눌 뿐 과거처럼 식사를 함께 한다거나 숙소를 상호방문하고 선물을 건네는 등의 행동은 삼가고 있다.
현정화 여자대표팀 감독은 “스포츠와 정치는 무관하다고 생각해 북한과의 경기라고 해서 특히 부담 갖거나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승리가 필요한 만큼 오직 이기는데 초점을 맞추고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수단을 지원하는 탁구협회 관계자들의 분위기는 다르다. 이유성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은 출국직전 체육계 고위관계자로부터 “이번 만큼은 반드시 북한을 이기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선수단에 부담이 될까봐 이같은 사실을 현 감독에게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선수단은 북한전에 대비, 코치들로 하여금 북한의 예선 경기를 집중 분석케 하는 등 전례 없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조양호 대한탁구협회장이 25일 모스크바 현지로 날아와 선수단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북한을 꺾고 결승에 진출하면 격려금 1억원을 약속하는 등 총력 지원체제를 펼치고 있다. 현 감독은 “우리의 전력이 북한에 비해 월등하므로 반드시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최근 전력이 저하된 북한은 21번 시드를 배정받아 예선 첫 경기서 홍콩에 0대 3으로 완패했다.
남북 탁구는 지난 1991년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일본 지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 최강 중국을 꺾고 여자부 정상에 오른 감동을 연출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의 이분희와 짝을 이뤄 중국 격파의 선봉에 선 선수가 현정화 감독이다.
모스크바=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