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울목] “출석에 불응 잠복근무에도 안잡혔다면 도피”
입력 2010-05-25 18:58
김모(45)씨는 대선을 앞둔 2007년 11월 경찰로부터 여러 차례 전화를 받았다. 인터넷 게시판에 이명박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12차례 올린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적발된 것이다. 김씨는 출석을 요구하는 경찰에게 “나중에 시간이 날 때 가겠다”고 대답했다. 그 뒤로도 경찰은 여러 차례 김씨에게 출석을 요구하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씨가 도피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김씨 집 앞에서 잠복근무를 서고 이웃에게 행방을 물었지만 체포에 실패했다. 경찰은 김씨를 지명수배했다. 이듬해 5월 김씨는 불심검문에 걸려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학원에서 부동산 과목 강의를 듣기 위해 주거를 옮겼고 밤에 대리운전을 하느라 낮에 잠을 잤기 때문에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1·2심 재판부는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고 도피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원심을 깨뜨리고 사건을 1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밤낮으로 잠복근무를 하는 등 검거를 위한 조치를 했음에도 체포할 수 없었다면 도피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은 공소시효를 6개월로 규정하고 있지만 피의자가 도피할 경우 공소시효가 3년으로 늘어난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