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힘껏 반항 못했어도 인상쓰고 어깨 눌렀으면 강간
입력 2010-05-25 18:58
서울고법 형사20부(수석부장판사 서기석)는 피해자가 사력을 다해 반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성폭행범을 무혐의 처분한 검찰의 결정을 뒤집고 피해자가 낸 재정신청을 받아들였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성폭행 피해자가 가해자를 발로 걷어차거나 뿌리치는 등 힘껏 반항하지 못했더라도 남녀의 신체적·심리적 차이, 피해자의 명백한 거부 의사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가해자가 험악한 인상을 짓고 어깨를 누르는 정도의 폭행과 협박을 한 것만으로 성폭행 범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형법 297조는 강간죄 성립 요건으로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판례에서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의 폭행과 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라고 판단하고 있다.
2008년 10월 A씨는 알고 지내던 B씨를 불러내 성폭행했다. B씨는 A씨를 고소했으나 검찰은 “피의자가 험악한 인상을 짓고 어깨를 누르는 정도만으로는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할 만한 폭행·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이에 B씨는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다. 검찰이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건을 고소·고발인이 법원에 재정신청하면 재판 회부 여부를 다시 판단 받을 수 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