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후보 24시 르포]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 “후보님 꼭 승리하세요”

입력 2010-05-25 22:43

25일 증권사들이 밀집한 서울 여의도역 4번 출구 앞. 연두색 점퍼를 걸친 민주당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가 오전 7시40분부터 허리를 숙여 출근길 직장인을 맞았다. 몇 명은 다가와 “꼭 이기세요”라며 말을 건네기도 했다. 유세를 지켜보던 한 노점상인은 “후보님 힘드시겠다”며 바나나 주스를 들고 왔다.

1시간가량 걸려 출근 인사를 마친 한 후보는 곧바로 가리봉동 다가구주택 밀집지역으로 이동했다. 가족 6명과 방 2칸짜리 월세집에 사는 홍순희(78)씨 집을 찾은 그는 “가족 모두 벌이가 일정치 않아 월세 내기도 버겁다”는 홍씨 사연에 “나도 지하방에 7명 식구와 함께 산 적이 있다”고 공감했다.

차 안에서 검정색 정장으로 갈아입은 한 후보는 사당동 국립서울현충원으로 향했다. 이희호 여사와 함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에 헌화한 그의 얼굴은 침통했다. 한 후보는 이 여사를 부축하면서 “(현 정권이) 북풍으로 선거에 개입하려 해 우려된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이 여사는 “잘돼야 하는데…”라며 격려했다. 한 후보는 다음달 열리는 6·15 선언 10주년 기념행사 팸플릿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우는 이 여사 옆에 제법 오래 서 있었다.

덕수궁 앞으로 옮기는 차안에서 한 후보는 여동생이 준비한 보온도시락을 풀었다. 반찬으로 소불고기, 오이소박이, 김치볶음, 열무김치가 들어 있었다.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한 후보는 잡곡밥과 반찬을 꼭꼭 씹어 먹었다.

한 후보가 집중유세 ‘여성이 일으키는 평화의 소용돌이’ 행사장인 덕수궁 앞에 도착하기 전에 상임선대위원장인 이해찬 전 총리가 먼저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이 전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통속인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한강에 다 돈을 쏟아 부었다. 백번 욕해봐야 아무 소용없다. ‘백욕이 불여일표’라고 투표장에 가서 심판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설에 나선 한 후보는 비장한 표정으로 “민주정부 10년 동안 쌓은 평화와 안보 두 날개가 모두 꺾였다”며 “현 정부는 우리 국민을 불안으로 몰아넣고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200여명의 여성들은 ‘서울시장 한명숙’ ‘사랑해요 한명숙’을 연호했다.

이어 중랑, 동대문, 종로를 누빈 한 후보는 저녁 명동 입구에 마련된 ‘생명과 평화를 위한 한명숙의 시민광장’에서 이날 마지막 유세 일정을 소화했다. 캠프 관계자는 “명동 유세에선 한 시민이 ‘강원도에 갔다가 산삼을 캤다’며 한 후보에게 전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기부행위는 선거법 위반이라 돌려보냈다”고 전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