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중국을 접수하라”
입력 2010-05-25 21:38
유통업계가 ‘총성 없는 혈투’를 치르고 있다. 격전지는 중국이다.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지 오래된 상황에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 선봉에는 신동빈 롯데 부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재현 CJ 회장 등 2, 3세 오너 경영인들이 섰다. 중국 시장이 유통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의 경영시험대가 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는 25일 중국 상하이 차오바오로 지역에 2만3801㎡ 규모의 초대형 복합매장인 이마트 25호점 ‘차오바오점’을 열었다고 밝혔다. 지하 1층, 지상 3층의 4개 층에 이마트 직영매장과 유니클로, 이랜드, 스타벅스 등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75개 임대매장이 다음달 말까지 순차적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이마트는 1997년 2월 상하이 취양점을 연 뒤 2004년부터 최근 몇 년간 집중적으로 25개 점포를 중국에 진출시켰다. 이마트는 올해 중국에 6∼8개 점포를 추가하는 등 2014년까지 60여개 점포를 열 계획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한국에서의 대형마트 출점은 점차 포화상태가 돼 지금과 같은 폭발적 성장이 더 이상 어려운 반면 중국 시장은 할인점이 최소 4000개, 그 이상도 가능한, 발전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중국에서의 성공은 향후 신세계의 차기 성장동력으로 큰 역할을 하고 신세계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인수·합병(M&A) 시장의 매물을 싹쓸이하고 있는 신동빈 롯데 부회장도 해외 M&A를 포함, 중국 공정에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2007년 12월 네덜란드계 중국 마크로사의 대형마트 8개 점포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중국 대형마트 체인인 타임스의 65개 점포를 인수하며 중국에서 77개 점포망을 구축했다. 국내에선 이마트에 뒤처지지만 중국에선 이마트 점포 수를 추월했다. 롯데마트는 3년 안에 중국 대형마트 시장 10위권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2008년 8월 베이징점을 연 롯데백화점은 내년 상반기 톈진점을 오픈하는 데 이어 2013년 선양점을 열 예정이다. 상하이와 광저우 등에도 추가로 점포를 개설할 계획으로 부지 물색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는 중국 공략의 첨병으로 5인조 걸그룹 ‘롯데걸스’도 만들었다.
CJ는 중국에 ‘제2의 CJ 건설’을 천명했다. 이재현 CJ 회장은 최근 그룹 제2 도약 선포식을 갖고 “글로벌화는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순차적인 진출 전략을 실시할 것”이라며 “올해 그룹의 글로벌 역량을 중국에 집중하고 중국에 ‘제2의 CJ’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중국 하얼빈 공장에서 세계 최초로 쌀 미강에서 추출한 단백질 생산에 들어간 데 이어 오는 8월 랴오청의 핵산 생산시설을 증설해 현재 세계 1위인 핵산 시장 지위를 더욱 확고히 할 예정이다. 중국 8개 지역에 진출해 있는 사료 부문도 연내 2∼3개 지역에 추가로 진출해 연말까지 사료 생산법인 10곳 이상을 세울 예정이다. 상하이와 톈진 지역에 진출한 홈쇼핑 사업은 올해 처음으로 매출 1조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이 중국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 중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중국의 소매지출 총액은 연평균 10% 이상 증가하고 특히 백화점은 연간 20%대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에서의 경쟁 결과에 따라 2, 3세 오너 CEO들의 경영능력이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