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이 겁나요”… 서울 아파트도 파격 할인

입력 2010-05-25 18:28


“최대 1억원까지 깎아드립니다.”

지방에 이어 서울에서도 억대 할인 아파트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 서울 일대 신규아파트 분양권 시장에 분양가보다 싸게 거래되는 이른바 ‘깡통아파트’가 속출하면서 건설사마다 고육지책으로 미분양 물량 털기에 나선 것이다.

현대자동차 그룹 계열사인 현대엠코는 상도동에 분양 중인 ‘상도동 엠코타운’ 118㎡형의 분양가를 파격적으로 낮췄다. 당초 10억4000만원에서 1억원이 깎인 9억4000만원 선에 내놓은 것. 지난 22일 할인 분양을 시작한 지 사흘 만에 40여 가구가 계약을 마쳤다.

현대엠코 관계자는 25일 “수도권 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분양시장까지 악화되자 아파트 조합 측에서 할인 분양을 통한 마케팅에 적극 협조해준 영향이 크다”면서 “조합원들도 이자비용 부담을 덜기 위한 자구책인 셈”이라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은 고덕동 ‘고덕1단지 아이파크’ 아파트 미분양분 등에 대해 85㎡형은 9%, 나머지 평형대는 10%까지 할인 중이다. 5억9000만원대인 85㎡형은 5000만원 이상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건설사들로서는 중대형(85㎡ 초과) 아파트의 처분이 가장 큰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서울 지역 미분양아파트 중 85㎡ 초과 물량은 지난 3월 말 현재 1602가구로 전달(1409가구)보다 13.7% 늘었다.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490가구로 전달(360가구)보다 무려 36.1%나 급증했다.

대림산업은 신대방동에 분양 중인 ‘보라매 e편한세상’ 아파트 154㎡, 165㎡형 등 대형 미분양분에 대해 잔금을 선납하면 최고 6000만원까지 깎아준다. 강서구 화곡동 그랜드 아이파크 역시 144㎡ 이상인 미분양아파트 분양가를 10∼15% 낮춰 주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부동산정보업체 함영진 실장은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이어지고 시세가 낮아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주택 가격에 대한 수요자들의 민감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미분양을 털려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파격적인 가격 할인만이 소비자들을 붙잡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판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