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분석 “외국인들, 北 리스크에 본격적으로 반응”

입력 2010-05-26 00:48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북한 리스크에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5일 ‘검은 화요일’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자신 있게 향후 금융시장을 전망하지 못했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경색에 따른 안보 리스크가 금융시장 전면에 부상했다는 데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당장은 그동안 힘겹게 유지된 증시와 외환시장의 하단 지지선이 깨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래도 글로벌 경기회복 기조와 한국 경제와 기업의 탄탄한 펀더멘털(기초체력) 때문에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 사태 때 같은 폭락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 동향 초미의 관심=향후 금융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핵심 요인은 외국인의 움직임이라는 데 전문가들은 이견이 없었다.

골든브릿지증권 김정배 차장은 “24일의 외환시장 동향과 25일 증시에서 외국인이 현·선물 동시 매도에 나선 것 등은 안보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그동안 코스피 주가가 떨어진 날은 주식을 판 외국인들의 달러 환전 수요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하는 게 통례였는데 24일에는 주가가 4포인트 올랐는데도 환율은 20원이나 폭등했다”며 “천안함 사태 등으로 인한 북한 리스크가 본격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중 1532포인트까지 밀렸다. 지난해 8월 이후 형성된 1550∼1750포인트의 박스권을 하향 이탈한 것. HMC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지수 박스권 아래인 1550선을 지켜낼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만약 깨진다면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증시 상승세가 끝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펀드매니저들은 1500선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이채원 부사장은 “상황에 비해 주가 하락 정도가 심하지만 어디까지 빠질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1500선 초반이나 1550선 부근에서 지지선이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상승 압력 갈수록 증가=원·달러 환율은 예측불허 상태다. 기은경제연구소 김경재 연구위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북 강경책을 내놓은 상황에서 북한의 격한 반응에 맞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라며 “남북 간 신경전이 실전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유럽발 재정위기 영향 이상으로 환율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나대투증권 소재용 연구원은 “남북 간 물리적 충돌 우려가 높지만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국 모두 물리적 충돌을 원치 않아 환율 레벨을 당분간만 한 단계 높일 것”이라며 “연말이면 1080원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과잉반응을 경계했다.

◇채권시장 강세는 지속될 것=증시 및 외환시장과 달리 채권시장 분위기는 이상할 만큼 양호하다. 이날 지표물인 국고채 3년과 5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각각 0.05% 포인트, 0.04% 포인트 하락했다. 안전자산인 채권에 수요가 몰리면서 금리가 하락한 것이다.

특히 채권 전문가들은 외국인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도 국채 선물을 5216계약이나 순매수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인은 장외채권시장에서 5월 들어 6조3719억원을 순매수했다. 보통 외국인들은 환율이 오르면 환차손을 우려해 채권을 매도해온 것과 다른 양상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141.6원이나 올랐다.

SK증권 염상훈 연구원은 “환율 급등에도 외국인이 채권을 팔지 않는 것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가 크고 환율도 결국 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현 김아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