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ER WAR’… 지구촌 물분쟁 격화, 나일·요르단강 싸고 유역國들 티격태격
입력 2010-05-25 22:06
요르단강을 살펴보던 기돈 브롬버그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비정부기구인 ‘중동 땅 친구들(FoEME)’의 이스라엘 지부 책임자다. FoEME는 환경운동을 통해 평화를 구축해 가기 위한 이스라엘, 요르단, 팔레스타인 환경전문가와 시민들의 모임이다.
브롬버그는 “요르단강에 온갖 하수 오물들이 흘러들어오고 있다”며 “우린 지금 그걸 피할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요르단강을 살리기 위해 정치·종교적 갈등을 빚고 있는 이스라엘과 회교국 요르단, 팔레스타인, 레바논, 시리아의 환경학자들이 모였다. 요르단강이 통과하는 나라들이다. 카타르 민영방송 알자지라는 지난 8일 “요르단강이 조만간 사라질 수도 있다”면서 “요르단강 인접 국가들이 죽음의 강을 살리기 위해 모였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세계는 지금 ‘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 제목의 기사에서 요르단강과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건 다이몬드도, 석유도 아닌 물이 될 거라고 경고했다. 과거에도 꾸준히 나왔던 경고다.
이즈마엘 세라젤딘 전 세계수자원위원회 회장은 1995년 “21세기 전쟁은 물 때문에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트로스 갈리 전 유엔 사무총장과 고(故) 후세인 요르단 국왕 등 세계 지도자들도 물 전쟁을 수차례 언급했다. 지구촌 물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싸움의 강도도 더 세지고 있다.
◇전쟁의 이유는 물=물 전쟁을 이해하려면 두 나라 이상의 영토를 흐르는 강을 보면 된다. 전 세계적으로 214개나 된다. 중동에서의 물 전쟁은 유별나다.
이스라엘과 요르단, 팔레스타인, 레바논, 시리아 등을 거쳐 흐르는 요르단강이 대표적이다. 1967년 3차 중동전쟁(6일 전쟁) 때도 이스라엘과 회교국 간 정치적 갈등에 물 문제가 더해졌다.
이후 요르단강 인접국과 이스라엘의 물싸움은 계속됐다. 강 유역 국가들이 물을 과도하게 소비하면서 요르단강은 개천 수준으로 수량이 줄었다. 60년대만 해도 13억㎥였던 수량이 최근 1억㎥로 90% 이상 감소했다. 매년 엄청난 양의 강물을 농업용수와 식수로 사용했고 파이프라인·수로·댐·수중보를 앞 다퉈 건설해 강의 수량과 유속을 크게 감소시켰다. 요르단강 외에도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유역의 시리아와 터키, 이라크가 긴장 상태다.
아프리카도 물 분쟁 예외 지역이 아니다. 수단, 이집트, 우간다 등을 흐르는 나일강에서는 물 분쟁으로 조용할 날이 없다. 최근 나일강 주변국들은 이집트의 물 독식에 정면으로 맞섰다. 우간다, 르완다,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케냐 등 나일강 상류지역 5개국은 지난 14일 우간다 엔테베에서 나일강 수자원 이용에 관한 새로운 협약 조인식을 가졌다. 나일강 하류의 이집트와 수단이 1959년 체결한 협정을 대체하는 조약이다. 이집트와 수단은 상류 국가들이 나일강 물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수력발전소를 세울 경우 극심한 물 부족에 처하게 될 것을 우려해 현상유지를 요구해 왔다. 이젠 협약이 그나마 마지노선이 됐다.
이집트 무함마드 알람 수자원 장관은 “상류 국가들이 일방적으로 새 조약에 서명한다면 이는 ‘나일강 유역 구상(NBI)’의 사망을 선언하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NBI는 99년 빈곤퇴치와 사회·경제 개발을 위해 세계은행 후원으로 설립된 나일강 유역 국가 간 공동 협력기구다.
아시아에서도 인도-방글라데시-터키가 갠지스강을 두고 물싸움을 벌이고 있고 중국-베트남-태국 등의 메콩강 인접 국가들도 끊임없이 물 분쟁을 일으켜 왔다.
◇물은 ‘분쟁의 씨앗’=기후변화와 인구증가로 지구 사막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앞으로 물은 분쟁의 씨앗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전부터 물 분쟁이 있던 중동에서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67년 중동전쟁 때도 이스라엘은 시리아로부터 빼앗은 골란고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물 때문이었다. 골란고원은 갈릴리호수의 수원이다.
최근 중동 지역에선 산유국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담수화 시설을 조성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구축할 수 없는 나라들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가장 가치 있는 자원인 물을 확보하기 위해 전 세계 국가들이 앞 다퉈 투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