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發 금융위기 세계경제 강타
입력 2010-05-25 22:02
이번엔 스페인에서 터졌다. 그리스 다음 불안 요인으로 꼽혔던 스페인에서 금융사태가 터지면서 다시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 국가)의 불안이 세계경제를 강타했다.
스페인 중앙은행은 지난 22일 가톨릭교회가 운영해온 카자수르 저축은행을 포함한 2개 저축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스페인 정부는 건설 관련 대출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던 45개 저축은행 대부분이 부동산 폭락으로 취약한 상태라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주 공무원 임금을 5% 삭감하고 1만3000명을 감축하겠다는 초긴축 대책도 발표했다. 공공부채를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스페인은 이미 실업률이 20%에 이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스페인이 이 밖에도 개인부채 증가, 부동산 폭락, 성장률 둔화 등 사면초가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시장분석기관 IG마켓의 애널리스트 댄 쿡은 “스페인의 저축은행이 넘어진 건 국가부채 문제가 공공 영역을 넘어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라며 “유럽 은행들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유럽 지도자들의 엇박자도 불안을 부채질했다. 앙겔라 마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연합(EU) 협약의 부채 상한선 규정을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가 혼쭐이 났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은 즉시 “순진한 생각”이라고 반박하며 “EU 협약 개정은 없을 것”이라고 진정에 나섰다.
불안은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이어졌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로런스 서머스는 24일(현지시간) 존스홉킨스대학 강연에서 “유럽 사태로 세계경제의 성장 전망이 불확실해졌다”며 EU의 공공부채를 미국 경제의 잠재적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유럽은 미국의 가장 큰 수출시장이다. 로이터는 “유럽 문제로 미국이 더블딥(경기회복에 실패하고 두 번째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시장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4일 예산 항목 삭감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재정적자의 먹구름이 대서양을 건너오기 전에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서머스 위원장은 “성장이 먼저 필요하다”며 이견을 보였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