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을 살리자-④·끝 건강가정지원센터 가족봉사단] 온가족이 나눔 실천… 이웃 돕는 보람에 화목은 ‘덤’

입력 2010-05-25 18:07


서울 응암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수연(41·여)씨는 해마다 봄이 되면 자녀들과 경기도 고양시 용두동에 있는 텃밭을 찾는다. 김씨 가족은 지난달 24일에도 주말을 이용해 이곳을 찾았다. 아들은 잡초를 뽑았고, 김씨는 텃밭을 갈아 거름을 뿌렸다. 텃밭은 독거노인들이 직접 상추와 고구마를 재배해 먹을 수 있도록 지역 사회복지관에서 제공한 것이었다.

김씨 가족의 텃밭 가꾸기는 서울 은평구 건강가정지원센터의 가족봉사단 프로그램이다. 김씨 가족은 2006년부터 센터에 가입해 가족봉사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간 독거노인을 위한 텃밭 가꾸기 외에도 조손가정 아이들의 학습 지도, 지역 환경 파수꾼 활동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했다.

김씨는 “그리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지만, 봉사활동이 분식집 운영보다 훨씬 매력적”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온 가족의 봉사활동을 테마로 한 가족봉사단 프로그램은 여성가족부가 주관해 2005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전국 129개 건강가정지원센터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현재 3000여 가정에서 9150명이 가족봉사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산하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의 안재희 선임은 “첫 시행 당시에는 홍보와 참여가 부족했지만, 지금은 각 센터에서 자율적으로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높은 참여율을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가족봉사단에 참여하는 가정 수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25개 구가 모두 가족봉사단을 운영하는 서울시의 경우 2008년 258가정에서 지난해 380가정으로 늘어났고, 올해는 4월 현재 428가정 1396명이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활동 내용도 해가 갈수록 다채로워지고, 봉사와 문화 활동을 겸하는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다.

금천구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영·혼·소(영혼을 울리는 소리단)’라는 악기 연주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전통악기 ‘밤벨’을 연주하는 이들은 관내 노인센터를 찾아다니며 한 달에 한 번씩 연주회를 갖는다. 양천구 건강가정지원센터는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을 방문해 한글을 가르치고 학교 공부를 도와준다.

서초구 ‘사랑을 굽는 가족파티셰 봉사단’은 독거노인 20명에게 한 달에 한 차례씩 직접 만든 빵을 대접한다. 이들은 전문 제빵사와 함께 머핀 파운드케이크 단팥빵 등 빵을 직접 만들어 지역 내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한다.

성북구 건강가정지원센터는 부모를 일찍 잃은 어린이들의 가정을 방문해 독서 교육을 한다. 지난해부터 성북구 가족봉사단에게서 주 5일씩 멘토링을 받은 A군은 ADHD(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를 극복하고 성적도 크게 올랐다.

A군을 지도한 가족봉사단 현문영(55)씨는 “아이가 점점 자신감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가족봉사단에서 5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우제훈(41)씨는 “봉사로 얻는 기쁨에 가정이 건강해지는 즐거움이 더해져 가족봉사단 활동을 그만두기가 어렵다”고 소감을 말했다. 우씨는 “가족 간에 대화가 되살아나고 서로를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되는 것은 봉사활동의 덤”이라며 가족봉사단 활동을 강력히 추천했다.

지역 가족봉사단이 되는 길은 어느 가정에나 열려 있다. 가까운 구청과 시청에서 운영하는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찾아가 지원하면 된다.

이경원 최승욱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