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국민신탁 김종규 이사장 “문화재 지킴이 10만 양병 절실해요”

입력 2010-05-25 18:11


“문화재지킴이 10만 양병이 목표예요. 전국 곳곳에서 10만명이 나선다면 우리 문화재가 함부로 훼손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삼성출판박물관장,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단이사장 등 10개가 넘는 직함으로 ‘걸어다니는 박물관’ ‘문화계 마당발’이라는 별명이 붙은 김종규(71·사진)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은 요즘 어디를 가든 ‘문화재지킴이 10만 양병’을 강조한다. 한 달에 1만원씩 회비를 내는 회원을 현재 800여명에서 10만명까지 늘리겠다는 것이다.

“김형오 국회의장, 이건무 문화재청장, 노승숙 국민일보 회장, 손미나 아나운서 등 각계 인사들이 적극 동참하고 있어요. 우선 올해 10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두어 달 후면 달성 가능할 겁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국민과 기업 등의 헌금, 기부를 바탕으로 문화유산을 매입해 보존하는 활동을 벌이는 특수법인이다. 1895년 영국에서 문화·자연유산의 보존을 위해 시민들이 시작한 내셔널트러스트(National Trust) 운동을 모델로 삼아 2007년 4월 출범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문화유산국민신탁의 제2대 이사장에 선출된 후 올 4월부터 본격 활동에 나서고 있다.

김 이사장은 “영국은 내셔널트러스트 회원이 350만명인데 우리는 이제 출발 단계”라면서 “문화유산 보존운동에는 국민들이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사업으로 소설가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주요 배경 가운데 하나인 전남 보성군 벌교초등학교 앞 보성여관을 매입해 복원 및 문화공간화 작업을 추진 중이고, 경북 울릉군의 근대건축물 이영관 가옥의 복원공사도 진행하고 있다. 또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이상 시인의 서울 통인동 집터를 매입해 문화공간화 사업에 착수했다.

김 이사장은 “우리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것은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라며 “정부의 문화재 정책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애정과 관심이 없으면 전국 구석구석의 문화재를 지켜내기가 불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특히 “청소년들이 문화지킴이의 주역이 돼 전통문화를 익힌다면 자연스럽게 애국심으로 이어지는 인성교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직지)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려 ‘직지 대모(代母)’로 일컬어지는 서지학자 박병선(82·여) 박사의 후원 기금이 조성됐다. 문화재청과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지난 2월 웅진코웨이와 암 투병 중인 박 박사의 치료와 연구를 위해 올해 상·하반기 각각 5000만원의 기금을 마련하기로 협약했다고 25일 밝혔다. 박 박사는 지난해 입국했다가 직장암이 발견돼 입원 및 수술 치료를 받아왔으며 지금은 2차 수술을 마치고 퇴원해 프랑스의 한 아파트에서 혼자 거주하며 국외 소재 한국 문화재 파악을 주제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02-732-7521).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