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 바이블] 다문화사회를 위한 교회의 사명
입력 2010-05-25 18:53
이주민 사역 통해 동반자되도록 인도해야
사회 경제 문화 종교 교육 예술을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다문화(multi-culture)와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는 중요한 담론이 되고 있다. 이미 오래전에 다문화 상황을 경험했던 유럽과 미국,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과 달리 한국 사회는 다양한 문화, 낯선 사람들과의 공존에 익숙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현재 이 땅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120만명을 넘어섰고 이들에 대한 이해가 이주민(결혼자) 선교와 더불어 세계 복음화에 매우 중요한 기폭제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는 다문화 사회를 지향하는 우리 사회를 보다 명확하게 진단하고 성경적 대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 교회는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인식의 전환, 즉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는 대신 ‘차별’과 ‘편견’을 버리고 모두가 함께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데 힘써야 한다.
다문화 사회란 한 나라 안에 몇 가지 문화가 공존하는 것을 말한다. 성경에 나오는 다문화 사회의 근거는 이렇다. 하나님이 이스라엘 민족의 창설자로 세운 아브라함은 하란에 거주하던 이방인 출신이었다(창 11:28∼12:20). 예수님은 유대뿐 아니라 많은 이방인 마을에서도 사역하셨다. 초대교회는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오순절 성령 강림을 체험하면서 공존하기 시작했다. 구약과 신약 모두 다문화 사회에 대한 하나님의 동일한 관심과 사랑을 언급하고 있다. 이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주자나, 남자나 여자나 차별 없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갈 3:28)라는 말씀 속에 잘 나타나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객’과 ‘나그네’를 포함한 이주민들을 호혜와 공존, 이주민의 정체성 수용과 나눔으로 함께 지냈다.
그런데 한국교회와 사회는 서로 다른 언어, 서로 다른 사고방식과 가치, 서로 다른 음식문화와 삶, 다양한 피부색과 인종을 지닌 사람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우주적이면서 보편적인 마음으로 이주노동자와 다문화 사회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전통적 사고방식과 고착화된 세계관 때문이다. 우리는 다문화 사회에 대한 수용적 태도를 갖고 타자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위한 한국교회의 책임의식과 사명은 매우 분명하다.
첫째, 성경적 관점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동일한 자녀로 보는 인식 변화가 필수적이다.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사회 속 통합 대상이기 때문이다.
둘째, 한국교회는 다문화 사회를 지향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깊이 성찰하고 관련 정책 연구와 개발에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교회의 사명인 선교 사역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다문화 사회 속 개별문화 집단이 갖고 있는 문화와 전통, 관습, 가치체계, 개인 성향의 배타성 등을 통찰해야 한다.
넷째, 이주민들을 사회통합 주체로 인정하고 쌍방향 소통으로 상호 변화를 추구해나가야 한다(막 7:24∼30). 우리 사회 내부 이주민들이 사회 구성원과 상호 관계를 통해 자율적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다섯째, 한국교회는 다문화 가정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과 실행에 적극 힘써야 한다. 이주민 언어별 교회 운영과 이주민종합안내센터 운영, 언어별 성경과 찬송 지원, 소그룹 교재 개발, 다문화 사회를 위한 선교 콘텐츠인 한국어 성경 쓰기, 교인들과 다문화 사회 체험 등을 실시해야 한다.
여섯째, 기독교적 다문화 도서관 운영을 통해 다양한 상담과 정보 교환, 자녀 교육과 법률 서비스 제공 등이 가능하도록 도와야 한다.
한국교회는 다민족, 다문화 가정을 위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선교 사역에 나서야 한다. 교회 구성원들은 이주민들을 동정의 대상이 아닌 사회 통합의 동반자로 여겨야 한다. 포용과 배려를 아끼지 않는 열린 마음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럴 때만이 이 땅의 모든 교회가 예수님이 꿈꿨던 ‘선교적 교회’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장훈태 백석대 언론선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