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하락기 투자 가이드… ‘조정場’ 개미들은 저가매수 ‘옥석’ 저울질
입력 2010-05-25 17:42
실적좋은 IT·자동차냐 성장 확실한 소비재株냐
유럽발 재정위기 한파를 맞은 글로벌 증시의 하락세가 예사롭지 않다. 전 세계 지수(MSCI AC World Index 기준)는 5월 들어 11% 급락하며 경기선이라 불리는 200일선마저 하향 이탈했다. 코스피지수도 이달 들어 20일까지 141.38포인트(8.12%)나 떨어졌다. “본격적인 증시 조정이 시작됐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 사이에선 ‘저가매수 기회가 찾아왔다’며 반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펀드 투자도 되살아났다. 그렇다고 아무 주식이나 무작정 살 수 없는 노릇.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종목 선택 기준으로 ‘기업 실적’을 꼽았다.
◇가격 하락한 기존 주도주에 관심을=개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20일까지 코스피시장에서 4조736억원을 순매수했다. 월별 순매수 규모로는 사상 최대치다. 직전 최대치였던 2008년 10월 2조4627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올 들어 4조3211억원까지 떨어졌던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20일 현재 4조9677억원까지 불어났다. 증시 급락을 호재로 삼고 빚을 내서라도 저가매수에 전력하는 형국이다.
이같은 개인투자자들의 왕성한 먹성을 뒷받침하는 건 사상 최고치 기록이 예상되는 올해 기업 실적에 대한 신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5일 대우증권이 예상한 올해 상장사 순이익은 88조4000억원. 직전 최고치였던 2007년 57조8000억원보다 52.9%나 많다. 내년엔 95조6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기업 실적이 이처럼 ‘레벨 업(level up)’ 하지만 저가매수를 하는 데도 옥석가리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투자 1순위는 단연 전기전자(IT)·자동차·화학업종이다. IT 섹터의 경우 올해 영업이익 증가율이 전년대비 128.9%에 달할 전망이다(리딩투자증권). 현대증권 유수민 연구원은 “실적 측면에서 주도주 역할을 하는 이들 업종에서 낙폭 과대주를 골라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매도세가 거센 외국인도 자동차 관련주에 대한 관심은 유지하고 있다. 5월 외국인 순매수 종목 중 3위는 기아차(319억원), 4위는 글로비스(292억원)다. 외국인 매도세에서 한발 비켜간 중소형주 중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종목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삼성증권은 소비재 종목을 추천했다. 유럽발 재정위기 충격에도 전반적인 글로벌 경기회복세 속에 안정적으로 실적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오현석 투자전략팀장은 “특히 중국 소비시장에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한 오리온 아모레퍼시픽 베이직하우스 락앤락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펀드 환매 압박에 시달리는 기관투자자들이 순매수하는 종목도 고려 대상이다. 5월 들어 기관은 코스피시장에서 보험(2744억원) 전기가스(1890억원) IT(1518억원)업종을 집중매수했다.
◇펀드 시작하려면 지금이 적기= 긴 안목에서 현재 증시 하락세를 적립식 등 펀드 저가매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나대투증권 김대열 펀드리서치팀장은 “코스피지수 1600선에서 주식투자 비중이 높은 성장형 펀드를 추가적으로 분할 매수하는 게 좋다”며 “적립식 펀드를 시작하기에도 적합한 지수대”라고 분석했다.
이미 눈치 빠른 펀드투자자들은 저가매수에 나선 상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지난 3∼4월 5조8323억원이 순유출되며 ‘펀드 런(대량환매)’까지 우려됐지만 증시가 1600선까지 떨어진 5월 들어선 19일까지 저가매수를 노리고 8133억원이 순유입됐다.
그러나 동양종금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회복 속도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계속 상향조정되는 기업 실적 추정치가 언제라도 아래가 꺾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