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월드컵 유료시청 할 판

입력 2010-05-24 19:31

다음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TV중계를 보기 위해 유럽과 중동, 아시아의 축구팬들은 술집으로 달려가야 할 형편이다. 이 지역 방송사들이 비싼 중계권료를 감당하지 못해 유료 TV채널에 중계를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 “이번 월드컵은 가장 많은 경기가 유료 채널로 중계되는 대회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방송사들은 아예 중계권을 유료 채널에 되팔았다. 스페인에선 유료 케이블방송사인 소게(Soge)가 64경기 가운데 절반이 넘는 40경기를 중계한다. 이탈리아에선 위성TV 채널인 스카이이탈리아가 39경기를 독점 중계한다. 프랑스 TF1도 8경기의 중계권을 경쟁사이자 유료 채널인 카날플뤼에 넘겼다.

유럽 상업방송협회 로스 비검 사무총장은 “너무 많은 경기가 유료 채널에만 방송돼 시청자들의 불만이 예상된다”며 “정치인들이 ‘축구는 우리 문화의 일부’라며 무료 중계를 요구할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중동과 북부 아프리카 지역의 월드컵 중계권을 가진 알자지라TV는 모든 경기를 유료 채널로만 방송할 계획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싱가텔이 모든 경기를 유료로 중계하기로 하자, 월드컵을 보지 말자는 보이콧 운동까지 벌어졌다.

방송사들도 울상이다. 전 세계 방송사들이 이번 월드컵의 TV중계권료로 지불한 금액은 총 21억5000만 달러(약 2조6000억원). 4년 전 독일 월드컵 때보다는 53%,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약 1조원과 비교하면 160%나 많아졌다. 반면 시청률은 역대 최고였던 지난 월드컵보다 약 5%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광고 시장은 더 위축돼 1∼2% 늘어나는 데 그칠 전망이다.

방송사들의 수익은 결승전에 어느 나라가 진출하느냐에 달려 있다. 광고 조사 회사 퓨처 스포츠는 브라질과 잉글랜드가 맞붙으면 시청률은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이지만, 뉴질랜드와 북한이 결승전에 오른다면 방송사들에겐 악몽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NYT는 “방송사들이 월드컵 중계로 수익을 낼 확률은 32개 본선 진출 팀 중 어느 한 팀이 우승할 확률보다 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지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