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이카 비상사태 웬일?
입력 2010-05-24 19:30
카리브해의 섬나라 자메이카가 23일(현지시간) 수도 킹스턴 일부 지역에 한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백주에 시가지에서 갱단과 경찰 사이에 벌어진 총격전 때문이다.
‘마약왕’으로 악명 높은 갱단 두목 크리스토프 코크를 지키려는 조직원과 지지자들은 이날 경찰과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곳곳에서 교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민간인이 한 명씩 다쳤다. 지지자들은 경찰서 3곳도 습격했다. 이들이 던진 화염병에 경찰서가 불에 타면서 종일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지난 일주일간 대치해온 양측 사이에 긴장이 높아져 자칫 유혈 사태를 부를 수 있는 상황으로 치달은 것이다.
급기야 브루스 골딩 총리는 각료회의를 열어 킹스턴 서부와 세인트 앤드루스 일대에 오후 6시부터 한 달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주민들에게는 소개령이 내려졌다.
총격전을 부른 장본인인 코크는 아버지 때부터 마약 총기류 밀매를 통해 지역을 장악한 세습 갱단 두목이다. 미국으로부터는 가장 위험한 마약 밀매자로 낙인찍혔지만, 지역민에게는 ‘대통령’으로 통한다.
미 법무부는 지난해 8월 뉴욕 지법으로부터 기소된 코크의 신병을 인도해 달라고 자메이카 정부에 요청했다. 당초 노동당 출신의 골딩 총리는 신병 인도에 부정적이었다. 사실 코크는 컨설팅회사를 운영하며 대형 관급 프로젝트를 따내는 등 정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러던 골딩 총리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계속된 항의와 야당의 압박에 결국 입장을 번복할 수밖에 없었다. 총격전이 벌어진 이날 아침 현지 경찰은 지역에 은거하고 있는 코크를 비겁자라고 부르며 투항을 명령했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