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북 제재 신중 속 ‘역할론’에 부담
입력 2010-05-24 19:15
미·중 전략경제대화서 어떤 논의 오갔나
중국은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계속 신중한 입장을 취하며 상황악화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문제 등 즉각적인 대응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24일 개최된 제2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미국의 강경 대응 입장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 고위 소식통은 “중국은 천안함 침몰 사건이 한반도를 긴장국면으로 몰고 가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면서 “미국과의 대화에서도 이런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은 특히 한국 정부의 조사 결과에 대한 평가와 분석 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곧바로 대북 강경 대응에는 나설 수 없다는 주장을 했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자체 평가 작업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냉정과 자제’라는 원칙론적 입장만 제시하면서 이후 상황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23일 저녁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등을 위해 마련한 비공식 만찬에서도 이 같은 시각은 드러났다.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천안함 침몰 사건의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점을 여전히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P, AFP통신과 베이징 소식통들은 이번 대화에서 북한의 소행이라는 사실 자체에 대해 아직 중국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중국은 그러나 내외의 압력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일본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등 서방에서 일제히 대북 강경 목소리가 쏟아지고 서방 언론을 중심으로 중국 책임론 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최대 일간 토론토 스타는 23일자 사설에서 중국을 포함한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천안함 도발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천안함 침몰 사건을 둘러싸고 ‘북한 감싸기’에 골몰하는 중국에 대한 대내외적인 비판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추슈롱(楚樹籠) 칭화대 교수(국제관계학) 등은 “정부가 여태 북한을 과도하게 보호했다”면서 대북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중국은 일단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유보한 채 시간 끌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보리 회부 등 국제사회에서 구체적인 액션이 진행될 경우 참여는 하되 최소한의 참여로 상황을 진정시키는 쪽에 무게를 둘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