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환율… 실물경제 긴장
입력 2010-05-24 21:48
24일 서울 외환시장은 개장 전부터 비장감이 흘렀다. 시장 안팎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문 발표와 북한 강력 반발이 이어지면서 ‘안보 리스크’가 어느 때보다 막강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외환 딜러들은 이미 지난 20일 1190원대를 돌파했기 때문에 1200원대 벽을 뚫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시장 반응은 예상보다 더 격렬했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212.9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직전 거래일 대비 18.8원이나 오른 가격이었다. 지난주 유로화가 강세로 반전하면서 글로벌 투자자가 아시아 통화를 팔고, 유로화를 사들였기 때문에 환율 강세는 예상됐지만 상승 폭이 너무 크다는 우려가 터져나왔다. 담화문 발표를 전후로 1220원대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전일 대비 20.4원 오른 1214.5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9월 16일 1211.30원 이후 8개월 만에 1200원대로 올라섰다.
그나마 증시는 진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락세로 출발했던 코스피지수는 장중 1600선이 붕괴되기도 했지만 상승 반전에 성공하면서 4.75포인트(0.30%) 오른 1604.93에 마감됐다.
◇널뛰는 외환시장=증시보다 외환시장이 더 강하게 악재에 반응하고 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30일 1108.4원이던 환율은 한 달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 106.1원이나 올랐다. 특히 급등과 급락이 되풀이되고 있다. 6일 25.8원이나 올랐던 환율은 10일 23.3원이 한꺼번에 빠지기도 했다. 천안함 조사 결과를 발표한 20일에는 29.0원이나 치솟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외환시장 변동성이 큰 이유를 불확실성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정보실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유럽연합(EU)이 재정위기 해소책을 발표하면 환율이 내리고, 다시 위기감이 높아지면 큰 폭으로 오르는 모습을 반복하는 밑바탕에 불안심리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상당히 불안정하기 때문에 우리 외환시장도 급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안보 리스크가 우리 외환시장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움직이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대응이 예상외로 강도가 세고, 우리 정부도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안보 리스크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진단이다.
◇실물경제 발목 잡나=환율 변동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환율이 다시 급등할 수 있고, 반대로 금융시장이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으면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1250원 정도에서 저항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 재정위기와 천안함이 완화되는 시점이 계기가 될 것이다. 원화가치 강세(환율 하락세) 기조가 바뀐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환율이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밖에 없다. 당장 환율 급등세가 이어진다면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외화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경기 둔화에 따른 더블딥(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하다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 가능성도 있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내외 불안요인이 지속되면 실물경제로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고 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수출입 모두에 나쁜 영향을 준다”며 “다만 외환시장 불확실성이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실물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