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출변수에 통화전쟁도 ‘휴전중’
입력 2010-05-24 19:00
“달러는 지고, 유로와 위안화가 뜰 것”이라던 다수의 예상이 빗나갔다. 남유럽 재정위기와 천안함 사태 등 잇단 돌출변수에 달러 지위는 오히려 굳건해지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유로에 대한 신뢰는 떨어진 반면 화폐가치를 달러화에 묶어둔 중국 등의 절상압력은 줄면서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의지도 반감되고 있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현상이 통화전쟁을 멈춰놓은 것이다.
통화전쟁의 ‘휴전’ 선언은 24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미 경제전략회의에서도 확인됐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은 독립적, 통제가능성 등의 원칙에 따라 점진적으로 환율 메커니즘의 개혁을 이뤄갈 것”이라고 말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도 위안화 관련 언급 대신 “미국과 중국은 세계경제의 균형을 추구하고, 양국 간 강한 경제적 유대관계를 지속해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노골적인 절상압력을 마다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여기에는 남유럽 재정위기 등 돌출변수로 인한 주요국 통화가치 변화에 대한 고려가 깔려 있다. 달러로 환산한 1유로 가치가 24일 현재 지난해 말보다 14% 떨어진 1.23달러를 기록하는 등 달러가치는 오르고, 유로가치는 떨어지면서 절상 요구를 받아온 중국 위안화도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로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올 들어 14% 이상 올랐다. 사실상 달러당 6.83위안 수준에 환율을 고정시킨 중국으로선 굳이 환율제도에 손대지 않고도 달러화만큼 가치가 올랐으니 절상압력도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금융위기 초반 유로화는 달러 약세의 반사이익으로 강세로 간 측면이 있다”며 “그 과정에서 늘어난 재정지출에 취약해진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가 더욱 크게 불거진 것이라 기축통화 대체 논쟁도 이전과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국제금융센터 김용준 상황정보부장도 “올 초만 해도 출구전략 시행과 금리인상, 통화가치 절상 쪽으로 흐르던 주요국의 정책기조가 재정위기가 불거진 후 반대 방향으로 돌아섰다”며 “이에 따라 위안화에 대한 절상 기대감도 주춤하고 있고, 경기회복세에 강세를 보였던 고금리 신흥국 통화들도 약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