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천안함 대국민담화] 李대통령, 전쟁기념관 선택 비장한 의지 표현
입력 2010-05-24 22:13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천안함 사태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비통함과 결연함을 감추지 않았다. 북한에 대한 노여움도 묻어 나왔다.
담화문 발표 장소부터 의미심장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호국 추모실에서 담화문을 읽어 내려갔다. 호국 추모실은 6·25전쟁 영웅들의 흉상과 동판 등이 전시된 곳이다. 청와대는 호국영령들과 전사한 천안함 장병들을 기리고, 우리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전쟁기념관을 발표 장소로 선택했다. 천안함이 소속된 평택 제2함대사령부도 발표 장소로 거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담화문 발표 도중 “북한 당국에 엄중히 촉구한다”며 책임을 묻는 부분에서 단상에 가지런히 놓았던 양손을 한데 모아 깍지를 끼면서 단호함을 내비쳤다. 또 북한을 향해 “도대체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 이렇게 하고 있습니까”라는 대목에서는 북한 당국자들에 대한 분노와 노여움이 배어 나왔다. 또 “천안함 46용사의 이름도 이곳에 영원히 새겨졌습니다”라고 말할 때는 비통한 마음을 억누르려는 듯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담화문 발표장에는 외교·안보 부처 장관들은 물론 전투복 차림의 이상의 합참의장, 육·해·공군 참모총장, 해병대 사령관 등이 자리를 지켰다.
한편 이 대통령은 담화문의 일부 문구를 직접 써 넣었으며, 참모들과 밤늦게까지 원고를 수정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이제는 달라질 것입니다” “영·유아에 대한 지원은 유지할 것입니다” 등을 포함시킬 것을 지시하는 등 담화문 마련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고 청와대 참모진은 전했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름을 담화문에 직접 거론할 것인지를 놓고 긴 토론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김태영 국방부 장관,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이날 오전 11시30분부터 가진 관계부처장관 합동기자회견에는 내외신 기자 100여명이 모여 우리 정부의 대북 대응 조치에 쏠린 관심을 보여줬다. 3개 부처 장관들 역시 결연하면서도 강한 어조로 정부 대응책을 발표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