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스트링어 소니 회장 만찬… 미래 동반자 삼성-소니 ‘윈윈 대화’

입력 2010-05-24 21:44

한국과 일본의 대표기업 총수가 만났다.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이 24일 서울 한남동 승지원(삼성그룹 영빈관)에 하워드 스트링어 소니 회장을 초청해 저녁식사를 함께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과 최지성 사장, 장원기 LCD사업부장, 소니의 2인자로 컨슈머 제품을 총괄하는 요시오카 히로시 부사장 등이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양사 수뇌부가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이 회장이 초청한 형태지만 참석자의 면면과 장소를 감안할 때 이번 만찬은 그 자체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소니는 우리의 중요한 협력사로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한 자리”라고 말해 과도한 해석을 피했다.

이번 만찬 회동은 이 회장의 경영복귀 후 활발한 대외 행보로서 주목된다. 특히 협력과 경쟁의 기본 틀 속에서 ‘동반자’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어 윈-윈의 결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 관계자는 “양측의 우호적 관계를 발전시킨 자리”라고 밝혔다.

삼성과 소니는 TV 등 완제품 분야에선 선의의 경쟁자지만 부품 측면에선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소니는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LCD 패널의 40% 가량을 수입하는 최대 고객인 것. 또 양사는 2004년 충남 탕정에 S-LCD라는 합작법인을 세워 LCD를 함께 생산하고 있다.

스트링어 회장과 요시오카 부사장은 지난해 6월에도 방한해 S-LCD의 두 번째 8세대 라인 양산 기념식에 참석, 이재용 부사장(당시 전무) 등 삼성 최고경영진을 만났다. 앞서 지난해 4월엔 이 부사장과 이윤우 부회장 등이 도쿄의 소니 본사를 찾아 스트링어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을 만나기도 했다. 또한 이날 회동은 3D TV 전쟁과 소니의 구글TV 참여 등으로 글로벌 전자업계의 상황이 복잡 미묘한 시점에 이뤄져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만찬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LCD 패널 공급문제가 거론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니는 패널 공급처를 다변화했으나 최근 3D TV에 ‘올인’하면서 고품질 패널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패널의 안정적 공급과 함께 3D TV 관련 다양한 협력문제가 거론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또 소니가 구글TV 프로젝트에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한 것도 만찬에서 어떤 식으로든 언급됐을 수 있다. 스트링어 회장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회의에 참석해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과 함께 스마트TV 출시 계획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구글의 스마트TV는 TV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커넥티드(Connected) TV’가 한 단계 더 진화한 모델이다. 현재 커넥티드 TV는 일부 웹 콘텐츠와 주문형비디오(VOD) 정도만 이용하는 수준인데, 이를 뛰어넘어 거의 모든 웹 콘텐츠와 TV용 애플리케이션을 즐길 수 있게 한 것. 소니는 구글TV 플랫폼이 탑재된 TV와 셋톱박스 모델을 하반기 미국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과 소니는 S-LCD 합작법인을 성공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동반자 관계로서, 이날 만찬은 서로의 우의를 다지는 덕담이 오갔다. 사업과 관련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진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