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력 대처로 김정일에게 고통줘야
입력 2010-05-24 18:03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문에는 군통수권자이자 국정최고책임자로서 고민을 거듭한 흔적이 역력했다. 한반도 평화를 두 동강 낸 북한에 대한 경제적·군사적·외교적인 제재 방안들을 밝히면서 동시에 한반도 평화와 한민족 공동번영이 궁극적 목표라며 북한의 변화를 촉구한 대목이 그렇다. 대북 응징이 불가피하지만, 그렇다고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아서는 안 된다는 대통령의 인식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대북 제재와 남북관계 정상화라는 상호 모순된 듯하면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두 사안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아갈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이다.
그렇더라도 지금은 정부가 대북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는 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미래지향적인 남북관계 구축을 위해서도 범법자인 북한 김정일로 하여금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김정일 스스로 자신이 저지른 죄과를 뉘우치고 천안함 폭침 관련자들을 처벌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려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김정일이 정말 아파할 때까지 옥죄어야 한다.
이 대통령이 천명한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금지,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교역·교류 중단, 천안함 사건의 유엔 안보리 회부 방침은 한 치의 빈틈없이 실행돼야 한다. 대한민국을 공격한 김정일 정권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조치들이다. 가뜩이나 엉망인 북한 경제에 타격을 입히고, 북한을 외교적으로 더 고립시키는 효과가 기대된다. 북한이 다시 우리 영해나 영공 영토를 침범한다면 자위권을 즉각 발동할 것이라고 다짐한 것 역시 구두선에 그쳐선 안 된다. 안보태세 확립을 위한 군 개혁과 전력 강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외교통상·국방·통일부 장관이 합동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조처들도 마찬가지다. 가까운 시일 내에 한미 연합 대잠수함 훈련 실시, 올 하반기 우리 해군이 주관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따른 역내외 차단 훈련 실시, 유엔 안보리에서의 새로운 대북 결의안 추진 등은 북한의 도발 의지를 무력화시키는 데 기여할 방책들이다.
북측 요구에 의해 2004년부터 중단된 대북 심리전을 이날부터 재개한 것도 긍정적이다. 북한군은 심리전이 재개되면 군사분계선 지역의 확성기를 조준 사격해 격파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예전부터 심리전에 강한 거부감을 보여 왔다.
김정일 정권은 예상대로 후안무치한 반응을 보였다. 국제사회가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으로 믿고, 북한을 규탄하고 있음에도, “반역패당의 전쟁도발 기도가 드러난 이상 실제적인 행동으로 강력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큰소리쳤다. 이 대통령이 언급했듯 같은 민족이라는 사실이 참으로 세계 앞에 부끄럽다.
김정일 정권은 억지 주장을 늘어놓을 때가 아니다.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행태다. 마이동풍(馬耳東風)이겠지만 다시 권면한다. 김정일은 대량살상무기를 손에 쥔 채 걸핏하면 한반도와 국제 평화를 위협하는 무모한 짓거리를 중단하고, 개혁·개방의 길로 나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