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간첩 알고도 기밀 넘긴 안보불감증

입력 2010-05-24 18:03

서울 지하철의 대외비 정보를 빼낸 북한 여간첩과 그에게 포섭당한 전 서울메트로 간부가 공안당국에 구속됐다. 이들이 USB 메모리에 담아 북한에 넘긴 300여쪽 분량 문건에는 서울지하철 1∼4호선에서 사고 발생 시 대응 매뉴얼과 승무원 명단 등이 포함됐다. 지난 3월 러시아 모스크바 지하철에서 사망자 38명을 낸 폭탄 테러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지하철 테러가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 올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서 이 정보가 테러에 악용될까 우려된다.



북한 보위부 소속 김미화는 조선족으로 위장해 중국의 관광지 장자제에서 일하면서 2007년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안 서울메트로 간부 오모씨와 연인 관계를 맺고 지하철 정보를 넘겨받았다. 오씨는 김미화가 북한 공작원임을 알고서도 그 같은 기밀 정보를 넘겨주었다. 국민의 안보불감증이 이 지경이다. 간첩을 잡았다는 발표에도 인터넷에는 “때가 됐군” “그럴 줄 알았다” 등 불신과 비아냥 댓글이 주를 이룬다. 이뿐인가. 천안함 격침이 북한 소행임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입증해도 믿으려 하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 참으로 개탄스럽다.

여행사 직원으로부터 공무원과 경찰이 다수 포함된 관광객 명단을 넘겨받기도 한 김미화는 지난해 9월 탈북자로 위장 입국해 암약하던 중 적발됐다. 2008년 군 장교들로부터 군사기밀을 빼내다 적발된 여간첩 원정화, 지난 4월 구속된 황장엽씨 암살조 등 현 정부 출범 후 북한 간첩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포착되고 있다. 당국은 대공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지하철 등 다중 이용 공공시설에 대한 테러 예방 감시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