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침묵시킨 박지성의 장악력!…벼락슛 터뜨리며 경기 조율
입력 2010-05-25 00:19
24일 한·일전은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에서 어떤 역할을 하려 하는지 미리 보여준 경기였다. 박지성은 기술적, 심리적 측면 모두에서 한·일전 그라운드를 장악했다.
박지성은 이날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6만3700석) 만원 관중 앞에서 벌어진 한·일전에서 전반 6분 어시스트 없이 혼자 힘으로 결승골을 넣으며 2대 0 승리를 주도했다.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한 박지성은 일본 수비수와 경합해 볼을 빼앗은 뒤 10븖 가량 문전 쪽으로 치고 들어가 오른발 땅볼 슛으로 골을 넣었다. 다른 태극전사 도움 없이 박지성 혼자 북치고 장구친 결과였다.
박지성은 득점 뒤 대형 깃발을 들고 응원하는 일본 관중들을 빤히 쳐다보는 ‘건방진’ 골 세리머니를 했다. 경기가 열린 사이타마 스타디움은 일본 J리그에서 팬 열성도가 높은 우라와 레즈의 홈 구장이다. 2002 한·일월드컵 이전 J리그 교토 퍼플상가에서 뛰었던 박지성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가 돼 다시 찾은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분출했다. 박지성은 경기 뒤 “일본 울트라 닛폰 응원단이 (한국 선수들 소개 때) 야유를 보냈는데 거기에 대답을 해주고 싶었다”는 말로 자신의 결승골 의미를 설명했다.
박지성은 전반 17분 이청용(22·볼턴)이 일본 선수를 태클해 경고를 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자 잉글랜드 주심에게 달려가 이청용이 공만 먼저 댔을 뿐이라는 시늉을 했다. 잉글랜드 주심은 박지성의 설명을 들은 뒤 이청용에게 구두 경고만 줬다. 남아공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주장 박지성이 어떻게 경기 흐름을 조율해 나갈 것인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박지성은 전반 38분에는 일본 선수에게 볼을 빼앗기자 20븖를 뒤쫓아가 기어이 공을 가져왔다. 순둥이 박지성은 남아공월드컵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플레이, 행동 그리고 말에서 달라진 모습이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새로 투입된 박주영(25·AS모나코)은 후반 45분 페널티킥을 얻어내 본인이 직접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전반 4-4-2 시스템에서 후반 4-2-3-1 포메이션 변화와 함께 원톱으로 출격한 박주영은 허벅지 부상으로 실전에 나서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괜찮은 움직임을 보였다.
영양제 복용으로 배탈이 났던 오른쪽 날개 이청용은 몸이 무거워 보였다. 허 감독은 경기를 정리하는 기자회견에서 “이정수-곽태휘 중앙수비수 조합은 처음 시도했는데 괜찮았다”며 합격점을 줬다. 전반 투톱 공격수로 나선 이근호(25·이와타)-염기훈(27·수원) 조합은 이렇다 할 골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한국은 일본전에서 부상 선수 없이 다양한 전술 실험도 하고, 승리도 챙긴다는 당초 목표를 달성했다. 반면 남아공월드컵 국내 출정 경기에서 한국에 완패한 일본은 오카다 다케시 감독에 대한 회의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남아공 입성(다음달 5일·이하 한국시간) 이전에 치러진 원정 1차 평가전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허정무호는 25일 유럽 전지훈련지 오스트리아로 이동해 30일 벨라루스, 다음달 4일 스페인과의 평가전을 준비한다.
이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