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에 他수계 물고기 사 넣었다”… 서울시, 복원사업 직후 “물길 따라 돌아왔다” 허위 홍보
입력 2010-05-23 10:50
서울시는 청계천이 생태하천으로 복원된 근거의 하나로 한반도 고유종 민물고기들이 돌아왔다고 홍보해 왔다. 그러나 돌아온 민물고기 가운데 갈겨니 등 상당수 종이 외부에서 유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23일 환경운동연합과 민물고기보전협회 등에 따르면 충남 보령의 민물고기 민간채집 연구가인 조모씨는 전국 각지에서 갈겨니, 참갈겨니, 피라미 등의 민물고기를 잡아 서울시 청계천관리처에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는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청계천관리처가 2006년 4월에 갈겨니와 참갈겨니 50마리, 피라미 100여마리를 가져갔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기자회견 자료를 통해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 직후 한강이 아닌 다른 수계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청계천에 방류해 놓고 “이들이 중랑천으로부터 물길을 따라 거슬러 왔다”고 허위로 홍보했다고 주장했다. 섬진강계 민물고기인 갈겨니가 청계천에 산다는 것은 외부 유입 사실을 뒷받침한다.
지난 17일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청계천 현장 조사에 나선 전북대 김익수 명예교수는 “갈겨니가 청계천에 자연스럽게 서식할 방법은 없다”면서 “인위적 도입종이 적응할 경우 배스 등 외래종 침입과 같은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갈겨니는 눈에 붉은 반점이 있는 섬진강계의 갈겨니와 붉은 반점이 없는 한강계의 참갈겨니로 구분된다.
청계천관리처 관계자는 “인위적 방사는 하지 않았다”면서 “갈겨니의 서식은 주변 어류상과 시민들이 방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씨에게서 물고기를 구입한 것은 맞다”며 “그러나 청계천 생태학습장 수족관에 전시하기 위해 구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처음 이 문제를 제기한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는 어류학자 사이에서 청계천에 ‘민물고기를 사다 넣는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지방자치단체가 단체장의 치적을 포장하기 위해 하천 복원 성과를 과장했다”면서 “동물을 학대하고 하천 생태계를 교란하는 엉터리 복원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청계천이 방류된 어류들의 시한부 사형장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 이원옥 박사는 “청계천의 서식 어류 대부분이 방류된 종이어서 청계천에 적합한지 아직 확인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다양한 어류 서식 시설을 보강하면서 담수 어류의 개체수와 종수가 안정화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 박사가 말하는 안정된 종은 버들치, 피라미, 붕어, 참붕어, 잉어, 돌고기 등 비교적 내성이 강한 10개 종 정도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초 보도자료에서 청계천의 어류가 2003년 4종에서 지난해 27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각시붕어, 줄납자루, 가시납지리, 참갈겨니, 참종개 등을 합쳐 고유어종도 7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물고기보전협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2008년 5월에 참종개 5000여마리를 청계천에 방류한 것으로 돼 있다. 반면 서울시의 보도자료는 ‘우리나라 고유종인 참종개가 2009년 청계천에서 처음 발견됐다’고 밝히고 있다. 김익수 교수는 ‘처음 발견됐다’는 줄납자루와 가시납지리에 대해 “산란할 때 조개가 있어야 한다”면서 “청계천은 조개가 살 수 있는 조건이 안 된다”고 말했다.
청계천에 어류 종이 빈약한 것은 ‘중간 먹이사슬의 부재’ 때문이다. 김 교수는 청계천에는 수서곤충이 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바닥에 자갈과 돌이 없고, 유속이 너무 빠르며, 서식지가 단순한 데다 수서곤충 먹이인 조류(藻類)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먹이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5~6월 산란철임에도 (안정화된 종을 제외한 다른 물고기의) 정소나 알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계천에서는 등과 꼬리에 상처를 입거나 염증이 생긴 물고기들이 많이 발견됐다.
문제는 인위적 민물고기 방류가 청계천에 그치지 않고 ‘청계천+20’ 프로젝트에서처럼 지방 하천에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물고기 채집가인 조씨는 대학과 연구소뿐 아니라 지자체에 물고기를 공급하는 게 주업이다. 이 박사는 “기관장들이 자꾸 관심을 가지니까 다양한 종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초창기에 많이 풀어 놓는다”면서 “이 경우 생태하천이 아니라 공원하천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동영상 설명 = 민물고기 채집연구가인 조모씨 일행이 지난 16일 전남 신안군의 한 개천에서 민물고기를 잡고 있다. 한국환경기자클럽 제공
임항 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