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피플-박상진 삼성전자 디지털이미징사업부장(사장)]“디지털 융합기술로 카메라시장 세계 1위 도약”
입력 2010-05-23 21:32
카메라 분야는 일본 전자업계가 사수하려는 마지막 자존심이다. 하지만 TV, 휴대전화, 반도체, LCD 등 주요 정보기술(IT) 영역에서 일본을 따돌린 삼성전자가 난공불락을 자랑해온 일본의 카메라 아성까지 허물기 시작했다.
캐논 소니 파나소닉 니콘 등 일본 카메라 업체들과의 일전을 지휘하는 삼성 장수는 박상진(57) 디지털이미징사업부장(사장)이다. 그는 글로벌마케팅실장, 무선사업부장, 동남아총괄 부사장 등을 거친 마케팅 전문 ‘해외통’으로 카메라 세계 1위 고지 정복의 특명을 수행 중이다.
지난 21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만난 박 사장은 “아날로그 광학기술은 일본이 앞서 있지만 다른 기기와의 연결 등 디지털 융합 기술은 우리가 최고”라면서 “카메라의 새로운 용도를 개발해 게임의 룰을 바꿔가면 일본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년 내 승부를 낼 참이다. 2012년 매출 5조원에 시장점유율 20%를 달성, 업계 선두로 올라서는 게 목표다.
현재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똑딱이’로 불리는 콤팩트 디카가 92%, 고급 기종인 디지털 일안 반사식(DSLR) 카메라가 8%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콤팩트 디카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12%대 점유율로 캐논, 소니에 이은 3위다. 콤팩트 부문엔 경쟁력이 있지만 DSLR 쪽이 취약하다는 게 삼성의 한계다.
삼성은 회사 통합과 새로운 시장 창출로 카메라 일류화에 시동을 걸었다. 방산업체인 삼성테크윈에 있던 카메라사업부를 지난해 삼성디지털이미징이라는 별도 회사로 분리했다가 지난달 삼성전자 안으로 들여왔다. 박 사장은 “기술 연계성, 마케팅, 브랜드 측면에서 전자와 합치는 게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삼성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시장은 DSLR의 고기능과 콤팩트 디카의 편의성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디카’다. 크기와 무게를 줄이려고 반사거울을 없애 ‘미러리스(Mirrorless) 카메라’라고도 불린다. 렌즈 교환 방식으로 DSLR 못지않은 화질을 내는 동시에 콤팩트 디카에 가깝게 소형화한 제품이다.
올 초 박 사장은 첫 하이브리드 디카 ‘NX10’을 내놓았다. 1년반이라는 시간과 300억원 이상의 개발비가 투입된 야심작이다.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3만대 이상 팔렸다. 오는 9월 후속 모델 공개로 돌풍을 이어가 올해 NX 시리즈를 30만대 이상 판매할 계획이다.
박 사장은 “고급 카메라의 핵심 부품은 렌즈, 센서, 프로세서 칩인데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이 3대 기술을 각고의 노력 끝에 모두 국산화했다”고 강조했다.
하이브리드 디카는 일본 올림푸스와 파나소닉이 삼성보다 먼저 시작했다. 하지만 영상을 처리하는 센서로 올림푸스와 파나소닉 제품은 마이크로포서드를, 삼성은 APS-C를 쓴다는 점이 다르다.
박 사장은 “마이크로포서드는 크기가 APS-C의 60%밖에 안 된다”며 “센서 크기가 작다는 것은 빛을 그만큼 덜 받아들이기 때문에 화질이 APS-C보다 좋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넥스’ 시리즈로 하이브리드 디카 시장에 가세한 소니도 APS-C를 채택했다.
박 사장은 하이브리드 디카가 조만간 DSLR을 제치고 고급 카메라의 주류가 될 것으로 보고 이 분야 리더 입지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 내부에선 하이브리드 디카가 올해 전체 카메라 시장의 1%를 차지한 데 이어 2013년부터 DSLR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한다.
박 사장은 “NX10 출시 이후 국내 DSLR 시장이 조금씩 줄고 있다”면서 “하이브리드 디카 시장을 선도하면 결국 전체 카메라 시장에서도 선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촬영과 재생이라는 카메라 기본 기능이 강조되던 시대는 일본이 지배했지만 다양한 편의 기능과 인터넷 연결성이 중요해진 현재는 삼성전자가 유리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박 사장은 “광학만 해온 회사들은 트위터 등 인터넷 인맥사이트(SNS)에 원버튼으로 사진을 올리거나 촬영 화면에 증강현실을 구현하는 기술을 빨리빨리 수용하기 어렵다”며 “종합적인 멀티미디어 기술력을 갖춘 삼성이 카메라 분야에서 브랜드 역량까지 키운다면 일본을 충분히 앞지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수원=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