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도 ‘깡통 분양권’ 속출… 보금자리 4개지구 0.3∼1.3대 1

입력 2010-05-23 18:42


입주 전 아파트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은 ‘깡통 분양권’이 속출하고 있다. 당초에 분양가가 높았던 데다 입주 후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보금자리주택 대량 공급도 ‘깡통 분양권’이 발생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제2차 보금자리주택 경기권 일반공급은 미달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로 번진 ‘깡통 분양권’=29일 입주가 시작되는 서울 미아동 미아뉴타운 삼성래미안 1·2차 141㎡형 분양권은 분양가(6억4000만원)보다 낮은 6억2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수요가 많은 중소형 분양권도 하락했다. 부동산114는 내년 말 입주하는 서울 미아동 미아뉴타운 두산위브 85㎡형 시세가 3억1000만∼3억3000만원이라고 밝혔다. 분양가가 3억4600만∼3억4700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많게는 3000만원 이상 하락한 것이다.

9월 입주를 앞둔 서울 진관내동 은평뉴타운 북한산래미안 158㎡형은 분양가가 8억7000만원이었으나 8억원대에 급매물이 나와 있다. 집값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대규모 입주가 예정돼 있는 만큼 수요가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분양권 시세는 평균 0.05% 떨어져 15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당초 이들 단지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더 높거나 비슷해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게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23일 “깡통 분양권 단지들은 대부분 2007년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하려 미리 사업승인을 받고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 곳들”이라며 “서울에서도 입주 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꺼지게 된 만큼 앞으로 분양시장은 더 침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보금자리주택 찬밥신세=수도권 2차 보금자리주택 경기권 4곳은 특별공급분에 이어 일반공급분도 미달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18∼20일 수도권 2차 보금자리주택 6개 지구 일반공급분 사전예약 결과 서울 내곡·세곡2 등 서울 2개 지구는 첫날 각각 9.8대 1, 12.4대 1로 마감됐지만 경기도 남양주 진건 등 4개 지구는 0.3∼1.3대 1의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앞서 생애최초 특별공급분 사전예약에서도 경기권 4개 지구는 모집가구의 65%인 2390가구가 미달됐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주택시장 침체로 인근 아파트값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저렴한 분양가를 앞세운 보금자리주택의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인근 시세의 80∼90% 선이라고 하지만 앞으로 주변 아파트값이 더 떨어지면 보금자리주택이 오히려 비싼 상황도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경기권 4곳의 나머지 물량에 대해 24일 청약저축 1순위자(가입 2년 이상·24회 이상 납입) 전체를 상대로 신청을 받고, 그래도 미달되면 25일 2·3순위 전체로 신청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