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선거로 노前대통령 꿈 이루자”-여 “고인 득표전에 이용 매우 유감”
입력 2010-05-23 18:25
고(故) 노무현 대통령 1주기를 맞는 여야의 표정과 평가는 엇갈렸다.
추모식이 거행된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집결한 야당 대표들과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23일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현 정권을 지방선거에서 심판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돌아가신 전직 대통령을 선거에 이용하려 든다’는 세간의 비판을 의식해 말을 아꼈던 그동안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추모식이 거행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멀쩡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고도 이명박 대통령은 사과 한마디도 없이 오히려 지방선거에서 전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왔다”며 “부끄러운 줄 모르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을 지방선거에서 심판하자”고 말했다.
민주당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는 “세상이 어지럽고 불안하니 노 전 대통령 생각이 더 간절하다”며 “반드시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노 전 대통령이 못다 이룬 꿈을 꼭 이뤄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빗속에도 봉하마을을 찾은 참배객들은 야권 후보들을 향해 ‘승리하십시오’, ‘힘내세요’를 연호했고, 정 대표와 후보들도 민주당 ‘기호 2번’을 뜻하는 ‘V’자를 손가락으로 만들어 보이며 화답했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노 전 대통령은 당신의 몸을 던져 말씀하셨지만 이제 우리 국민들은 살아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표로 말할 것”이라며 지방선거에서 진보층의 움직임을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애도의 마음이 선거용 정략으로 악용, 훼손되지 않도록 자성, 자숙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조해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를 맞아 삼가 추모와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면서도 “민주당 등 일부 야당세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방선거에 끌어들여서 득표전에 이용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참여정부 실패 책임자들이 노 전 대통령 추모정서에 편승해서 지방선거에 대거 출마한 것부터가 노 전 대통령을 욕되게 하는 결과가 된다”고 친노진영을 비난했다.
김해=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