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북소행 발표 이후] 합조단 가슴졸인 뒷얘기… 카탈로그 일본 글씨에 한때 의구심

입력 2010-05-23 18:16

천안함 침몰 원인 조사를 한 민·군 합동조사단은 북한의 소행임을 입증할 화약 성분과 어뢰의 프로펠러 등 주요 부품을 찾아내기까지 웃지 못할 해프닝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합조단은 함수와 함미 절단면 등 선체변형 분석을 통해 중어뢰급 외부 폭발에 의한 충격이라는 것은 확신했지만 누구의 소행인지를 밝혀줄 결정적 단서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합조단은 우선 화약 성분을 확보하기 위해 함수와 연돌 절단면 전체를 일일이 거즈로 닦아내는 원시적인 작업을 했다. 이어 함미와 연돌(연통) 부분에서 검출된 화약은 분량이 많지 않았지만 정밀 분석 작업을 통해 RDX(Research Development Explosive)와 TNT 등 어뢰에서 주로 사용되는 성분임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화약 성분만으로는 누구의 소행인지를 밝혀내기 힘들었다. 기대했던 첨단 장비들도 의미 있는 파편들을 찾아내지 못했다. 오히려 합조단과 해외 전문가들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쌍끌이 어선이 5월 초 일부 파편을 수거하면서 실마리가 풀렸다. 합조단은 곧바로 40㎝ 길이의 갈고리 50개가 5㎝ 간격으로 촘촘히 달린 특수 망을 투입한 끝에 어뢰 프로펠러와 추진부, 조종장치를 찾아냈다.

합조단은 프로펠러와 추진부 등이 몇 년 전 군이 입수한 북한의 수출무기 카탈로그에 수록된 어뢰의 설계도 가운데 하나와 맞아떨어지자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 카탈로그는 영문으로 작성됐지만 일부 수치 옆에 깨알 같은 형태로 일본어가 적혀 있어 궁금증이 일었다. 도면을 확대해 보면 ‘タ-アィ-サィ(다아이사이)’ ‘シココケ(시코코케)’ ‘シュエエアィ-サィ(슈에에아이사이)’라고 적혀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때때로 무기 수출 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부품 일부를 일본에서 수입한 것처럼 일어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합조단은 23일 오후 서울 대방동 해군 재경근무지원단 강당에서 천안함 전사자 유가족들에게 사고조사 결과 설명회를 갖고 복원된 천안함 CCTV 일부를 상영했다. 8분 분량의 CCTV 동영상에는 후타실에서 승조원 3명이 운동하는 모습, 당직사관의 기관실 점검 모습이 담겨 있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