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뮤지컬계, 올렸다 하면 재공연 작품인데… “재탕? 아니죠∼ 제목 빼곤 싹 바꿨어요”
입력 2010-05-23 18:00
올해 뮤지컬은 유난히 재공연되는 작품이 많다. 재공연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재공연이 도드라지는 이유는 눈에 띄는 신작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현재 공연 중인 작품이나 여름 성수기를 앞둔 라인업을 살펴봐도 신작보다는 예전에 했던 공연이 더 눈에 띈다.
재공연이 많은 이유로는 뮤지컬 시장의 침체가 꼽힌다. 2008년까지 10년 넘게 성장세를 이어오던 뮤지컬은 지난해 처음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여름 성수기에 1000석 이상의 대극장에 모두 뮤지컬이 공연되는 등 작품 수는 이전보다 많아졌지만 경기침체, 신종플루 등 악재가 겹치면서 관객은 줄어들었다. 때문에 제작비 회수에 실패한 대형 뮤지컬 제작사들은 위험부담이 높은 신작보다 검증된 공연을 다시 올리는 실정이다. 게다가 투자자본이 뮤지컬에 몰리면서 제작비가 껑충 뛰었기 때문에 제작사 입장에서는 작품을 신중하게 고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마이 스케어리 걸’과 ‘스프링 어웨이크닝’ 등의 신작을 올렸던 뮤지컬해븐은 올해 기존 라인업인 ‘쓰릴 미’와 ‘메노포즈’로 한해를 꾸려나갈 예정이다. 현재 신촌 더 스테이지에서 공연 중인 ‘쓰릴 미’는 무대와 배우 라인업을 새롭게 바꿔 11월 14일까지 공연할 예정이다.
지난해 ‘드림걸즈’를 국내에 처음 선보이며 8개월간 장기 공연했던 오디뮤지컬컴퍼니도 올해는 ‘올슉업’(6월 20일까지·한전아트센터)을 공연 중이다. 올해 말에는 가장 인기 있는 뮤지컬 중 하나인 ‘지킬 앤 하이드’(12월·샤롯데씨어터)를 올릴 예정이다. 이 회사는 올해 초 뮤지컬 ‘페임’을 공연하기 위해 오디션까지 치렀지만 사정 상 공연을 접었다. 그래도 올해 초 뮤지컬 ‘콘택트’를 올렸고 최신 브로드웨이 뮤지컬인 ‘스팸어랏’(9월 28일부터 3개월간·한전아트센터)를 9월 공연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연극 제작에 관심을 쏟고 있는 신시컴퍼니도 올해 ‘맘마미아‘ 전국투어를 비롯해 ’키스 미 케이트’(7월 9∼8월 14일·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아이다’(12월·성남아트센터) 등을 다시 공연할 예정이다. 낭만 음악극인 ‘베로나의 두 신사’(7월 17∼8월 28일·세종문화회관 M씨어터)가 그나마 눈에 띄는 신작이다. 반면 연극은 ‘엄마를 부탁해’ ‘대학살의 신’ 등 신작을 선보여 대조를 이뤘다.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뮤지컬은 연극에 비해 제작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선 신중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재공연이 ‘재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쓰릴 미’의 경우 무대, 의상, 조명 같은 요소를 모두 바꿨고 ‘배심원석’이라고 이름을 붙인 무대 위 관객석도 새로 만들었다. 다른 작품도 배우 캐스팅을 바꾸고 기존에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부분을 수정하는 등 완성도를 높이기 때문에 질적으로 수준 높은 공연을 볼 수 있다. 한 공연관계자는 “기존 관객 입장에서는 놓친 공연을 다시 볼 수 있고 제작사 입장에서는 검증된 공연을 다시 올려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