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볜과기대 컵 소년아동 백일장… 500여 꿈나무 희망을 노래하다
입력 2010-05-23 20:21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에 위치한 옌볜과학기술대에서 지난 22일 열린 ‘2010 옌볜과기대컵 소년아동 백일장’은 조선족 아이들의 참가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옌볜 인근 30여개 조선족 소학교에서 참가한 어린이 500여명이 옌볜과기대 강당을 가득 메웠다. 대회 시작 2시간 전에 도착한 학생도 많았다.
학부모들도 북적였다. 주최 측인 중국 월간지 ‘소년아동’의 김선화 주필은 “옌볜 조선족의 교육열도 한국 못지않다. 아이가 백일장에 나가면 부모, 조부모, 고모 등 최소한 일가친척 5명이 같이 온다”고 설명했다.
주최 측이 ‘봄비’ ‘궂은 날 갠 날’ 등의 글쓰기 제목을 발표했다. 그러자 ‘야호’를 외치는 아이들, 한숨짓는 아이들, 부모와 교사 쪽에 애절한 눈길을 보내는 아이들 등 각양각색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참가자들은 모두 학교 예선을 치러 각 학교 대표로 뽑힌 아이들이다. 백일장에 참가하기 위해 몇 달 전부터 예상 제목을 뽑고 이에 맞춰 연습한 이들이 부지기수다. 한 아이가 손을 든다. “선생님, 시를 두 개 써서 내면 안 됨까?”(이곳에선 ‘했슴다’ ‘안됨까’ 등 ‘니’ 발음을 생략한다.) 해도 좋다는 말에 아이는 환하게 웃더니 다시 집중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한국 기독교계가 주도적으로 설립한 옌볜과기대가 후원하고, ㈜한화 63시티, 한국의 월간 잡지 ‘고향의 향기’가 협찬하는 이번 행사는 조선족 소학교 사이에서 정평이 나 있다. 올해까지 12년째를 이어오는 조선족의 대표 백일장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도 인정하는 한글 백일장이다.
시와 수필 부문의 대상 금상 은상 장려상 수상자들은 7박8일간 ㈜한화 63시티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이날 백일장에 참가한 아이들은 조선족으로서의 ‘글로벌 비전’을 이야기했다. 려혜영(룽징실험소학교3)양은 “어릴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다. 세계에 이름을 남기는 작가가 되겠다”고 했다. 김려나(사범부속소학교4)양도 “과학자가 돼서 조선족 자치주뿐만 아니라 중국을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옌볜과기대 김진경 총장은 “백일장에 참가한 조선족 아이들은 장래 중국의 주역”이라며 “행사를 통해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으면 이것이 곧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옌볜=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