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원정 응원 ‘풍토병’ 조심 하세요
입력 2010-05-23 18:16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되는 월드컵 개막이 다가오면서 그 열기가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6월 11일 개막을 앞두고 붉은 악마를 비롯해 기업, 단체들이 후원하는 대규모 원정 응원단이 꾸려지고, 개인 혹은 단체로 응원 겸 관광을 다녀오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남아공은 우리나라와 정반대인 남반구에 위치해 있고, 대부분의 지역이 위생 상태나 공중 보건이 열악한 상황이다. 특히 월드컵 기간인 6, 7월의 남아공은 겨울에 접어드는 시기여서 신종 플루나 계절 인플루엔자 유행이 우려되고 있다. 말라리아나 ‘리프트밸리 열’ 같은 풍토병도 복병이다. 사상 첫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현지에서 제대로 즐기려면 건강도 함께 챙겨야 하는 이유다.
◇겨울 초입 남아공, 신종 플루 재유행 우려…예방 접종 지금이 적기=남아공의 겨울은 우리나라처럼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일은 드물지만, 고도가 높은 수도 요하네스버그나 프리토리아 같은 지역은 아침, 저녁 최저 기온이 섭씨 0도 가까이 떨어진다. 큰 일교차로 인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따뜻한 옷 등 사전 준비가 필수적이다.
이때는 또 인플루엔자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시기여서 낯선 기후에 여행 피로까지 겹칠 경우 계절 독감에 쉽게 걸릴 수 있다. 북반구에서 신종 플루는 거의 소멸 단계이지만 겨울 초입인 남아공에선 전세계 여행객이 몰리면서 신종 플루 바이러스(H1N1)가 다시 창궐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남반구는 지난해 9월 신종 플루 바이러스를 포함해 유행이 예상되는 바이러스 3가지를 타깃으로 한 독감 백신을 제작 완료해 현재 접종 중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하지만 남반구와 북반구의 계절 독감은 유행 바이러스 유형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에서 남반구의 독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바이러스 3가지에 대한 백신 모두를 맞진 못하더라도 전세계적으로 같은 신종 플루 백신은 국내에서 맞고 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백신은 접종 2∼3주 후면 항체가 형성되기 때문에 남아공 응원을 떠나려는 사람들은 지금쯤 예방 접종을 맞아야 한다. 현재 국내 신종 플루 백신의 병원 보유분은 모두 수거된 상태여서, 백신 접종을 위해선 가까운 보건소를 찾아야 한다.
◇리프트밸리 열, 말라리아 등 풍토병 조심=최근 우리나라의 첫 경기가 열리는 포트 엘리자베스를 비롯해 남아공을 3주간 여행했던 독일 여성이 인수 공통전염병인 ‘리프트밸리 열’에 걸린 사례가 발견됐다. 남아공 정부는 또 최근 5개 지역에서 18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172명의 리프트밸리 열 환자 집단 유행을 보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남아공 여행객들에게 리프트밸리 열 주의보를 발령했다.
리프트밸리 열은 소 양 등 가축 전염병이지만 감염된 가축과 직접 접촉하거나 감염가축의 피를 빤 모기에게 물리면 사람도 걸릴 수 있다. 발열과 몸살 두통 근육통 오한 등 증상이 나타난다. 열이 난 뒤 4∼7일이면 대부분 회복되지만 일부는 피부 혈관이 터져 피가 나는 출혈열, 뇌염 등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며, 심하면 목숨을 잃기도 한다. 치료를 위한 항바이러스제나 예방 백신은 따로 없어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월드컵 여행 기간 동안 농장이나 사파리 등 방문을 삼가고 소 양 등과의 접촉도 피해야 한다.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야간 활동을 줄이고 긴팔, 긴바지 옷을 입는 것이 좋다.
말라리아 감염에도 주의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심재용 교수는 “말라리아 예방약은 출국 2∼4주 전 병원에서 미리 처방받아 복용하기 시작하고 여행 기간에도 매주 1회씩 먹어야 한다”면서 “잠복기가 있으므로 여행에서 돌아온 뒤 4주간 복용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시에서 호텔, 경기장 등만 다닌다면 긴팔 옷을 입고 해충 퇴치제 등을 사용해 전염 매개체인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면 된다. 하지만 야외 활동을 하거나 지방, 사파리 등을 다닐 예정이라면 꼭 약을 준비해 가 복용하는 것이 좋다.
또 여행 중 오염된 음식이나 물 등을 통해 A, B형 간염이나 장티푸스 등에도 걸릴 수 있으므로 손씻기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고 끓인 물 또는 생수를 마신다. 미리 예방접종을 받고 가면 좀더 안전하다. 아울러 남아공은 세계적으로 에이즈 발생율이 높은 나라여서 낯선 사람과 성 접촉은 절대 피해야 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