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증권터치] 불안이라는 악재에는 ‘기다림’도 전략
입력 2010-05-23 21:30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화불단행(禍不單行)’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재앙은 번번이 겹쳐 오게 된다는 뜻인데, 지난주 공포감에 휩싸였던 금융시장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다.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전체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5%에 불과한 그리스 재정위기에서 시작된 남유럽 재정위기는 이제 일시적 충격에 그치는 불안요인의 범주를 벗어났다. 세계 경제에 구조적 불안 및 더블 딥(경기 침체 후 잠시 회복기를 보이다 다시 하락하는 이중침체 현상) 우려를 불러오는 경기 순환적 불안요인으로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남유럽 재정위기가 일부 남유럽 국가의 위기를 넘어 세계 경제의 구조적 불안요인으로 확산됐지만 유럽연합(EU)이 아직 진정한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EU는 여전히 유동성 공급 확대나 시장 규제 등 단기적 해법으로 일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유럽발 금융 불안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불안을 해소하는 정책 대응이 요구된다.
첫째, 헤지펀드가 공격 목표로 삼은 유럽통화동맹의 근본적 불안요인을 제거하는 동시에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6개국) 회원국 간 경제 불균형(imbalance)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해 유로 재무장관회의에서 단순한 통화통합을 넘어 정치·재정통합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 동시에 경상수지 흑자국인 독일이 임금인상, 조세 삭감 등으로 내수부양에 나서 남유럽 국가의 경제 재건에 도움을 줘야 한다.
둘째, 독일 및 프랑스 경제가 금융 불안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경제도 탄탄한 경기 회복세를 유지해 유로존 국가에 경기회복세를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정책대안은 복잡다단한 시행절차 등에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한계점이 있다. 이 때문에 유럽 금융 불안이라는 악재에는 ‘기다림의 미학’ 외에는 당장 대안이 없다.
중국 정부가 입장을 바꿔 유로화 하락을 막는 글로벌 노력에 동참하거나, 다음달 4∼5일 부산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유로화 안정을 위한 글로벌 공조방안이 수립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상재현대증권(투자전략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