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 감독 홍상수, 한국 영화 최초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

입력 2010-05-23 19:38

“함께 만든 이들에게 이 賞 도움됐으면…”

국내 작가주의 감독의 대표 주자인 홍상수(49) 감독이 자신의 10번째 영화 ‘하하하’로 제63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Prize of Uncertain Regard)’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주목할 만한 시선’은 칸 영화제 공식 비경쟁 부문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섹션으로, 국내 영화인이 이 부문 대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홍상수 감독은 지난 22일 오후 7시30분(현지시간) 드뷔시극장에서 대상 수상자로 호명된 뒤 붉은 리본이 달린 상장을 거머쥐었다. ‘하하하’에 출연한 예지원·유준상은 함께 무대에 올라 기쁨을 나눴고 ‘생활의 발견’ 등에 출연하며 홍 감독과 인연을 맺은 예지원은 무대에서 내려와 한동안 눈물을 흘렸다. 홍상수 감독은 같은 부문에 오른 세계적 거장 뤽 고다르·지아 장커 등을 제치고 심사위원단 만장일치로 수상했다.

‘하하하’는 우연찮게 통영을 다녀온 영화감독 지망생과 영화평론가가 각자의 여행이야기를 들려주는 내용으로, 김상경 유준상 문소리 예지원 등이 출연했다. ‘하하하’ 관계자에 따르면 예지원은 현지에서 국내 언론과 만나 “A4 두 장 분량의 인사말을 불어로 외워왔는데 막상 올라가니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1984년 이두용 감독의 ‘물레야 물레야’가 처음 이 부문에 진출한 이래 한국 영화가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수상한 건 26년 만의 일이다. 홍 감독은 98년 ‘강원도의 힘’을 시작으로 ‘오! 수정’,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극장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등으로 여섯 번이나 칸에 초청받았다. 홍 감독은 “함께 영화를 만든 친구들에게 이 상이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면서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 부문의 심사위원상(Jury Prize)은 페루의 형제 감독인 다니엘 베가와 디에고 베가가 함께 연출한 ‘10월’에 돌아갔다. 이들 형제는 올해 칸 영화제에 처음 초청돼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으며 ‘더 립스’의 아델라 산체스, 에바 비앙코, 빅토리아 라포소가 연기상을 수상했다.

한편 본상 시상식은 23일 오후 7시 칸 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김준엽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