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알렌이 바꾼 내 인생"…드라마 '제중원'서 알렌 역 맡은 션 리처드의 고백

입력 2010-05-23 14:56


[미션라이프] 신인배우 션 리처드(26). 그를 두고 억세게 운이 좋다고들 한다. 드라마에 데뷔하면서 맡은 역할이 이달 초 종영한 SBS 드라마 ‘제중원’의 알렌 선교사였으니 말이다. ‘알렌’이 되기 위해 오디션에 몰려든 후보가 100여명에 달했다.

리처드는 한국인 어머니와 영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혼혈로 태어났다. 1m77의 키에 선한 인상을 가진 그에게 ‘제2의 다니엘 헤니’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CF도 찍었다. 블록버스터급 드라마가 기다리고 있다.

리처드는 2008년 한국에 왔다. 미국 보스턴대에서 경영학과 연기를 복수 전공한 그는 돈도 벌고 배우도 되고자 한국을 찾았다. 어머니의 나라를 알고 싶은 마음도 컸다. 정임선(55)씨.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는 그의 발음은 또렷했다.

“한국에 오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거예요. 한국말도 여태 못했을 거고….”

그가 아는 어머니 정씨는 강인하다. 정씨는 아버지를 여의고 16세 때 어머니, 남동생 둘과 미국 땅을 밟았다. 그녀는 학교를 다니면서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어려운 형편에도 늘 밝고 씩씩해 인기가 많았다.

리처드는 어머니를 따라 두 살 때부터 교회에 나갔다. 어머니가 한인들을 많이 전도해 미국인 교회에 한인부가 생겼다. 사교적인 어머니는 현재 LA에서 부동산 중개업자로, 차분하면서도 섬세한 아버지는 정유회사 설계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리처드는 고등학생 때까지 ‘처치 키드(church kid)’였다고 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 부모와 떨어져 살면서 신앙이 약해졌다. 한국에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상태에서 알렌을 연기하게 됐다. 한 세기 전 대한제국에 의술로 복음을 전한 알렌 선교사를 만나면서 그의 가슴에 다시금 신앙이 들어섰다. 환자의 생명이 경각을 다투는 순간 알렌을 붙드는 힘이 예수 그리스도였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지금 서울 이태원의 외국인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알렌은 일기에서 ‘모든 일은 하나님의 일’이라 했습니다. 그도 인간이었기에 실수가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모든 사람의 약한 면을 불쌍히 여기고 감싸는 그리스도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어요.”

지난달에는 알렌의 고손녀가 그를 만나고 싶다며 미국에서 한국까지 찾아왔다. 불혹인 고손녀는 할아버지의 수술실에서 놀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아이처럼 기뻐했다고 했다.

리처드는 제중원에서 알렌을 연기하게 된 게 신기하다. 자기 힘으로 이루어진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어머니의 기도도 떠오른다. 어학당 공부를 마친 시기에 절묘하게 배역을 맡게 된 것이다.

리처드는 연습벌레로 소문나 있다. 가능한 모든 시간과 열정을 연기 연습과 한국어 공부에 쏟는다. 영화 ‘나의 왼발’의 연기파 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그의 역할모델이다.

“연습은 제일 중요한 거예요. 저의 경우 한국 배우보다 2배 3배 연습해야 해요. 유명한 배우보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이경선 기자